"출가는 도피, 나는 구경자"... 고려대장경 5천만 자를 디지털로 옮긴 스님

종림 스님은 고려대장경연구소를 세우고 고려 재조대장경 5000만여 자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기는 일을 이끌었다. 사람과 돈을 구하고, 컴퓨터에 없는 글자를 새로 만들며 7년 넘게 매달렸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사회의 '구경자'에 가깝다고 했다. 디지털 사업도 "할 일이 없어서 빈 곳을 메운 것"이라고 했다. 해놓은 일의 크기와 그것을 설명하는 말 사이의 간격이 컸다.
지난 11일, 경남 함양 불교책박물관 고반재에서 만난 종림 스님에게 출가의 이유부터 물었다.
중학교 때부터 갈등
- 출가는 왜 하셨습니까?
"갈등이 있었지. 중학교 때부터."
시골에는 책이 귀했다. 손에 잡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한국전쟁을 피해 통영으로 내려온 문인들이 국어와 역사를 가르치던 시절이었다. 좋은 교사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학교 밖의 더 큰 세계를 어렴풋이 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머문 1년 동안에는 월간 <사상계>를 정기 구독했다. 한 달에 한 번 책이 도착하는 날이 거의 유일한 낙이었다.
갈등을 풀기 위해 철학과 종교 사이를 오갔다.
"철학을 하면서 종교를 공부할까, 종교를 하면서 철학을 공부할까 고민했어. 마침 그때 동국대에 인도철학과가 생겼지."
대학을 졸업한 뒤 군대에 갔다.
- 군대 갈 때는 어땠어요?
"좋아했어. 그때는 갈등이 하도 심했으니까. 이제 내가 나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야. 시키면 시키는 것만 하면 되잖아. 훈련소 생활은 아무리 힘들어도 오히려 편했지."
그러나 자대에 배치된 뒤에는 달라졌다. 맡은 일은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이면 끝났다. 남는 시간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에 빛이 없다며 맞았다.
- 많이 맞았어요?
"많이 맞았지. 적응되는 게 하나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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