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할머니'가 꿈인 사장님이 '삽교'를 택한 이유

문을 열자 가장 먼저 초록빛 식물들이 시선을 붙든다. 창가에는 손뜨개 컵받침과 작은 화분이 햇살을 머금은 채 걸려 있고, 오래된 철제 바구니에는 형형색색의 패브릭 소품들이 담겨 있다. 빈티지 원목 장식장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찻잔과 곰 인형, 오래된 그림 액자가 나란히 놓여 있고,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책장에는 식물과 정원, 디자인 관련 서적들이 빼곡하다. 천장에서는 따뜻한 조명이 공간을 비추고, 곳곳에 놓인 초록 식물들은 마치 실내 정원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분수광장에서 '추사의 거리'를 관통하는 골목 상가 길이 끝나는 지점(임성로 14)에 자리한 '수상한 정원'은 처음부터 무엇을 파는 곳인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손뜨개 제품과 빈티지 의류, 생활 소품, 책, 화분, 인형, 식물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오래된 물건과 새 물건, 식물과 책, 생활용품과 예술 작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상품을 진열한 매장이라기보다 누군가의 취향을 통째로 옮겨놓은 작업실에 더 가깝다.
물건보다 사람이 머무는 가게
지난 6월 29일 이곳에서 만난 정명옥 대표는 책장 앞에서 오래된 목각 인형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조금 전까지는 손님에게 차를 내주고, 잠시 뒤에는 식물의 잎을 정리하며 공간 곳곳을 분주하게 오간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사람이 너무 많이 오는 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그 때문일까. 실제로 '수상한 정원'에는 간판이 없다. "간판이 없어도 찾아올 사람은 다 찾아옵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이곳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화려한 홍보 대신 취향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데려온다.
정 대표는 "여기는 물건도 팔지만 사람들이 만나고 쉬고 배우는 공간"이라며 '수상한 정원'이 여느 일반 잡화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수상한 정원'을 지역 주민과 귀촌인들의 독서모임과 뜨개질 모임, 그림 모임, 글라스아트 수업 등이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역할을 부여했다. 공간 대관도 대부분 무료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전시도 이어간다.
지난 5월에는 발달장애인들의 작품전이 열렸고, 그 전에는 예산에서 활동하는 드로잉 작가들의 전시가, 또 그 이전에는 홍성의 뜨개 작가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선보였다. 프리마켓도 꾸준히 열고 있다.
"공간은 비워두면 아깝지 않나. 혼자 전시하기 어려운 분들이 마음 편히 작품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정 대표가 공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작품을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꽃 한 송이를 받아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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