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바람을 맞으며 소이산 정상에서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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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생각보다 넓었다. 철원에 왔으니 소이산을 빠뜨릴 수 없다. 넓은 철원평야와 DMZ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이 360여m의 소이산은 모노레일을 타고 오른다. 등산로가 있기는 하나 우리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에 몸을 실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왕복 1.8km, 과거 치열했던 군사적 요충지를 이제는 쉽게 오른다. 모노레일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람의 공간에서 자연의 공간으로 스르륵 이동한다. 창밖으로 가끔 보이는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초여름 숲의 풍성함을 알려준다. 피노키오를 닮은 새집이 정겹다. 저 새집의 주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지대가 높아질수록 민통선 방향의 농경지와 군사적 경계의 흔적이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10여 분의 짧은 시간. 철원평야와 굽이굽이 이어진 산하가 시야에 들어오고, 산과 들과 강이 동시에 한 프레임 안에 담긴다. 드디어 정상이다. 철원의 넓이와 경계, 그리고 시간의 깊이가 한눈에 펼쳐지는 자리다. 이곳에서는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땅의 구조를 읽게 된다.
초록빛 침묵으로 넘실거리는 화산의 대지
맑은 날, 소이산 정상에서 바라본 철원은 한 장의 투명한 지도처럼 펼쳐져 있었다. 공기는 가볍고 선명했다. 멀리 시야가 트인 하늘 아래에서 산과 들은 경계를 지우며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모노레일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바람이었다. 초여름의 바람은 싱그러움을 머금고 풍경을 천천히 열어 보였다. 눈앞에는 철원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와! 이렇게 넓은 평야가 여기에 있다니!"
이 넓디넓은 평야는 지형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먼 옛날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현무암 용암이 골짜기를 메우며 평평하게 다져진, 우리나라 고유의 독특한 용암대지다. 주변의 험준한 산들이 성벽처럼 둘러싸고, 그 중심에 오목하게 들어앉은 광활한 평야는 마치 초록빛 물을 가득 담아 놓은 거대한 백자 대접을 닮았다.
햇빛을 받은 논은 은빛과 연둣빛 사이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고, 갓 자리를 잡은 벼들은 바람결에 몸을 낮추며 한 방향으로 물결쳤다. 그 움직임은 느리고도 일정해서 마치 화산의 숨결을 품은 땅이 지금도 살아 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다. 조용히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대지의 정직하고 거대한 힘 앞에 경외심이 든다.
조금 더 시선을 들면 한탄강이 만들어 놓은 낮은 골짜기들이 이어지고, 그 위로 초여름 하늘이 맑게 펼쳐져 있었다. 구름은 거의 없었고, 햇빛은 모든 윤곽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평야는 넓이를 보여주고, 한탄강은 깊이를 보여주며, 이 산은 그 모든 풍경을 한눈에 묶어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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