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자격 완화? 서소문 붕괴 참사 교훈 잊지 말아야"
정부의 '기술사 자격 요건 완화' 시행령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청년 스펙 확대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이 개정안은, 최근 발생한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참사로 인해 강력한 역풍을 맞았다. 미세한 역학적 이상 징후를 알아채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베테랑 기술사들의 비극적인 죽음은, 기술사의 자격이 단순한 '자격증'이 아닌 '국민의 목숨값'임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이 대형 재난과 정부의 입법안 사이에 존재하는 위험한 상관성을 짚어보기 위해 박정봉 교수를 만났다. 연신내역 부근에서 마주한 박 교수는 반세기 이상 동종 업계에서활동한 종사자로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에 깊은 우려와 단호함을 담고 있었다.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지하철, 각종 도로 및 터널(도로, 철도, 지하 석유 비축기지 공간 형성 등), 주거단지, 공장부지 등의 암반 굴착은 화약(폭약)의 폭발 작용을 응용합니다. 이러한 폭발(발파)은 주거생활과 동식물에 대한 피해 영향 등 환경 문제와 직접 연결됩니다. 저는 이토록 위험한 업종에서 안전과 환경 문제를 위해 반세기 이상 종사해 온 (주)덕원발파이앤씨 대표이사로 있으며, 현재 베트남 국립 호치민기술대학교에서 후학들을 양성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선진 발파 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상판이 붕괴되어 안타깝게도 기술사 두 분을 포함한 3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술사 응시 자격 요건 완화 개정안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우선 본업에 충실하다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하지만 이 참사는 정부의 개정안이 왜 위험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백하고도 실증적인 경고입니다. 이번 사고와 입법안은 세 가지 핵심적인 연결고리로 묶여 있습니다.
첫째, '위험을 진단하는 눈'은 오직 오랜 실무 경험에서만 나옵니다. 사고 당일 새벽 2.9cm의 상판 침하라는 미세한 역학적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공사를 중단시킨 뒤 현장으로 달려간 이들은 구조물 정밀안전진단의 베테랑인 구조기술사들이었습니다. 노후 구조물이 붕괴 직전 내보내는 신호는 책이나 시험 요령으로 배울 수 없습니다. 오직 수십 년간 축적된 '현장 실무의 밀도'에서만 나옵니다. 경력 단축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고였습니다.
둘째, 기술사는 '목숨'을 담보하는 자리입니다. 이번에 유명을 달리하신 전문가들은 서류 승인만 하던 분들이 아닙니다. 위험이 도사리는 붕괴 징후 현장 최전선에 직접 들어갔다가 화를 입으셨습니다. 기술사는 자신의 판단과 서명 하나에 수많은 시민의 안전은 물론, 본인과 동료의 목숨까지 걸려 있는 엄중한 자리입니다. 정부는 이를 단순한 '청년 스펙 확대'나 '취업률 제고'라는 행정 지표로 가볍게 다루었습니다.
셋째, 다가올 '노후 인프라 시대'에 정면 역행하는 정책입니다. 서소문 고가도로는 1966년 준공되어 60년이 지난 D등급의 초고위험 구조물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건물을 짓는 것보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은 노후 구조물을 부수는 '철거(부수는 과학)'가 훨씬 어렵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본격적인 인프라 노후화 시대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이런 고난도 현장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국제 기준에 맞춘 숙련된 베테랑 기술사가 더 절실한 시점인데, 정부는 오히려 자격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하니 시대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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