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뜬 정자 '관어정'... 마을을 품다

담양 누정 가운데 관어정이 있다. 식영정, 송강정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손에 꼽히는 누정이다. 이른바 '담양 10정자(亭子)'에 속한다. 담양 10정자에는 관어정 외에 식영정, 소쇄원 제월당·광풍각, 면앙정, 명옥헌, 송강정, 독수정, 상월정, 연계정, 남극루가 포함됐다.
관어정은 병풍산과 삼인산 자락, 전라남도 담양군 수북면 나산(羅山)마을에 있다. 풍치가 그다지 빼어난 곳도, 높은 구릉도 아니다. 금세 눈에 띄는 곳도 아닌, 마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이 정자를 감싸고, 나무숲이 둘러싸고 있다.
관어정은 마을 앞 연못 한가운데에 있다. 조선 숙종 때 박문서가 쌓았다고, '박지(朴池)'로 이름 붙은 인공 섬에 들어있다. 물이 중요하던 시대, 연못은 농사에 큰 도움을 줬다. 마을사람들의 생명줄이었다.
연못 가운데 정자는 1944년 주민들 휴식처로 처음 지어졌다. 담양 10정자 가운데 역사가 가장 얕다. 바쁜 농사철을 보낸 주민들이 쉬던 곳이다. 마을일은 물론 집안의 크고 작은 일도 여기서 논의했다. 동각(洞閣)인 셈이다.
봄날 아침, 방죽에 자욱하던 물안개가 아침햇살에 사라지면 콩잎붕어가 물살을 가르며 떼를 지어 노닐었다. 가물치와 잉어도 봄햇살을 즐겼다. 물고기를 보는 정자다. '관어정(觀魚亭)'으로 이름 붙은 이유다.
여름날엔 연잎 순이 방죽을 푸르게 뒤덮었다. 연잎은 비 내리는 날 우산, 햇볕 강하게 내리쬐는 날엔 양산이 됐다. 연잎 위 개구리가 목청을 높이면 꽃봉오리들이 키재기를 하며 피어났다. 어느새 방죽의 주인이 새하얀 백련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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