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AI 시대 인간의 조건을 묻다
*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군체>만큼 시간이 빠르게 흐른 영화가 없다. 같은 날 본 영화가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여서 체감상 그리 느꼈을 수도 있다. 대사도 적고 롱테이크도 많은 3시간 40분짜리 영화를 인터미션 없이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 대비효과를 제외하고도 <군체>는 전개가 빠르다. 오프닝부터 경찰에 생화학테러를 예고하는 미친 과학자가 나오고 곧바로 전지현과 고수의 '얼굴'이 스크린을 채운다. 투자 설명회로 자연스레 배경을 설명하자마자 좀비의 등장.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건이 있는 지하 쇼핑몰의 캠핑 매장에서 출발해 화물 엘리베이터를 지나 회의실 등이 있는 사무 구역, CCTV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의 통제실, 마네킹과 재고가 즐비한 물류창고가 <군체>의 활동무대가 된다. 브루스 윌리스가 활약한 <다이하드>처럼 이렇게 고층빌딩 하나를 통으로 쓰는 것도 모자라 외부 조력자가 활동하는 무대도 있다. 낯선 좀비 떼에 쫓기면 피로를 느낄 틈도 없는 만 하루 동안의 대소동이 일단락된다.
감상을 정리하기에 빠듯한 시간이지만 영화의 흥행은 상영관을 나선 순간 대충 판가름 된다. 주인공들처럼 넋 나간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갔을 때 중, 고등학생들의 진솔한 감상평을 들을 수 있었다. 진짜 재밌다, 지창욱 멋있다, 좀비들 무섭다. 재밌고 멋있고 무섭다. 감독의 노림수였을 것 같던 필터 없는 후기는 개봉 2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6년의 두 번째이자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천만 영화 타이틀을 가져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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