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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미사일·드론 90%에 日부품…간첩법 허술한 일본 파고든 스파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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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 군사정보기관이 첨단산업은 발달했지만 포괄적인 간첩법은 없는 일본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첨단부품 조달 거점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기밀문서와 기업 기록을 분석하고, 3개 대륙에서 정보기관·정부 관계자 수십 명을 취재해 러시아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 산하 비밀조직 ‘제20국’(20th Directorate)의 도쿄 조달망을 추적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의 90%에 일본산 부품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산 부품은 실제 러시아 공격 무기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5월 러시아의 Kh-101 순항미사일이 키이우의 고층 주거건물을 파괴해 최소 24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 조사당국은 잔해에서 대러 수출 금지 대상인 일본산 부품을 발견했다. 해당 부품은 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 각국은 러시아 스파이 수백 명을 추방하고 크렘린궁과 연계된 기업들을 제재했다. 정보당국자들은 추방된 요원 가운데 수십 명이 이후 일본에서 다시 포착됐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보기관 활동을 제한해온 제도가 이어져 왔다. 간첩 활동을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법과 해외 정보수집 전담기관도 없다. NYT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첨단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이런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서방 5개 정보기관의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쿄 작전의 중심에는 그동안 역할이 공개되지 않았던 제20국이 있다. 소속 요원들은 외교관이나 사업가로 위장해 전장에 투입할 첨단장비와 관련 기술을 사들이거나 훔쳐 러시아로 빼돌리는 역할을 맡았다.

서방 정보당국은 도쿄 작전 책임자로 막심 블라디미로비치 필첸코프(49)를 지목했다. 필첸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심이 포병전에서 드론전으로 옮겨가던 2024년 2월 도쿄에 부임해 물류업체들과 접촉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직원으로 위장했다. 그의 활동 거점으로 지목된 아에로플로트 도쿄 사무실은 방첩 수사를 맡는 일본 경찰청 본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건물의 22층에 있다.

아에로플로트는 일본의 제재 명단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부품과 정비 서비스를 일본에서 받지 못해 일본 노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공식 협력사인 프로코에어는 다른 항공사의 화물칸을 빌려 스리랑카나 우즈베키스탄 등 아에로플로트 취항국으로 화물을 보낸 뒤, 그곳에서 아에로플로트에 넘겼다. 대러 수출이 허용된 물품을 이런 방식으로 운송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서방 정보당국은 대러 수출이 금지된 민수·군수 겸용 장비와 기술을 러시아로 들여오는 데 같은 물류망이 쓰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러시아가 노리는 민감한 이중용도 장비·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무역자료에 따르면 이들 일본산 품목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같은 품목을 러시아에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이기도 하다.

프로코에어의 미키 다케히코 대표는 필첸코프를 2018년께 처음 만났으며 그가 2024년 도쿄로 돌아온 뒤 사업 관계를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거래를 잘 아는 관계자 2명은 미키 대표가 지난해 필첸코프가 소개한 중국 측 관계자에게 대러 수출 금지 품목의 운송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키 대표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본산 부품이 러시아 무기에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일본 정부에 반복해서 전달했다. 2025년 4월 한 달에만 일본 외무성에 최소 8건의 공식 서한을 보냈고, 그해 나머지 기간에도 약 8건을 더 전달했다. 서한에는 탄도미사일 등에서 회수한 일본산 회로기판과 송신기, 반도체의 명단과 사진이 담겼다.

회수된 부품의 제조사 명단에는 일본전기(NEC),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해당 제품을 러시아에 고의로 판매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업체들은 제재와 수출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NEC는 지목된 부품이 오래전에 생산·판매가 중단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이처럼 구체적인 증거와 서방 정보당국의 경고에도 일본 정부의 대응이 더뎠다고 평가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기업과 업계에 제재 회피 위험을 경고하고 대러 수출규제 회피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 업체 수십 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외무성도 서방 국가들과 공조해 군사 관련 품목의 대러 수출을 금지해왔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부는 국가정보국 신설과 방첩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도쿄 경찰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인으로 신분을 속이고 일본인 근로자로부터 영업비밀을 빼내려 한 러시아 정보요원을 적발했다. 그러나 간첩법이 없어 러시아 요원에게 직접 책임을 묻지 못하고, 관련 일본인 근로자에게 부정경쟁 관련 법률을 적용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 요원은 일본인 근로자에 대한 법적 절차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일본을 떠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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