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정치인의 입을 통해 확산된다"

오는 29일 일본 오사카고등법원에서 재일동포 리향대씨가 오사카부 센난시 시의원 소에다 시오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다. 표면적으로는 지방의원의 SNS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본 사회에서 공직에 있는 정치인이 특정 민족을 향한 혐오를 어떻게 생산하고 확산시키는가, 그리고 그러한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가를 묻는 첫 번째 본격적인 재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고인 리향대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살아왔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일본의 국내 정치 문제가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말은 개인의 말과 다르다
사건은 2024년 오사카의 이벤트 회사 트라이하드재팬(THJ)이 센난시 행사 사업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센난시 시의원인 소에다 시오리는 회사를 향해 "중국공산당과 연결돼 있다", "공금이 새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다. 회사가 이를 허위사실이라며 소송을 제기하자, 그날 밤부터 회사 임원이던 리향대씨 개인을 겨냥한 게시물이 이어졌다.
소에다 의원은 리씨가 조선학교 무상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실과 조선학교 관련 사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이철씨와의 친족관계를 SNS에 공개했다. 직접 '북한 공작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게시물에는 "북한 공작원", "반일 활동가", "일본의 적"이라는 댓글이 이어졌고 온라인상에서 집단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리씨는 결국 자신의 존재 때문에 회사가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임원직 사퇴까지 생각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번 재판에서 핵심 개념으로 떠오른 것이 '도그휘슬 헤이트'다.
도그휘슬은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특정 대상만 들을 수 있는 호루라기를 뜻한다. 정치에서는 노골적인 차별 발언 대신 특정 단어와 이미지를 반복해 지지층에게만 혐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교토 도시샤대학교 이타가키 류타 교수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소에다 의원의 게시물을 전형적인 도그휘슬형 인종주의라고 분석했다.'조선학교', '북한', '중국계 기업'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연결하면서 직접적인 혐오표현을 하지 않아도 지지자들이 특정 민족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혐오를 생산한 주체가 일반 시민이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라는 점이다. 과거 일본 사회에서 재일동포들으을 향한 헤이트스피치는 주로 극우 시민단체나 일부 개인들이 주도해 왔다. 물론 그 역시 심각한 사회문제였지만, 이번 사건은 양상이 다르다.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지방의회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과 공적 지위를 활용해 특정 개인을 공격했고, 그 결과 온라인에서 수많은 혐오 발언과 신상털기가 이어졌다. 공직자의 발언은 일반 시민의 발언과 무게가 다르다. 시민들은 정치인의 발언을 사실이나 공적 판단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사회적 파급력도 훨씬 크다.
이 때문에 국제인권기구들은 오래전부터 정치인의 혐오표현이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을 동시에 위협한다고 경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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