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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채취하지 않은 DNA, 확보하지 않은 CCTV…"사라지는 진실들"

노컷뉴스

#1.
의붓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 A씨를 방치한 채 테니스를 치러 나가 뇌사에 빠지게 한 이른바 '강화도 유기치사 사건'. A씨의 딸 한지유(가명)씨는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로 혈흔과 DNA, CCTV 등 핵심 증거 확보가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놓친 증거를 피해자가 대신 찾아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 
2018년 또래 남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지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세종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정연수(가명)씨는 검찰의 재수사 요청 이후 사건이 다시 송치됐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증거도 없었는데 사건은 바로 송치됐다"며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는 구조였다면 끝내 구제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중대범죄 피해자들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검찰개혁 논의가 검찰 권한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에만 집중된 나머지, 정작 범죄 피해자의 권리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는 어디서 구제받나"…보완수사 폐지 우려중대범죄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한씨와 정씨 외에도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 교제폭력·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유족 등이 직접 참석하거나 입장문을 통해 경험을 공유했다. 최근 75차례 거부 의사가 담긴 녹음파일이 있었음에도 무죄가 확정돼 재판소원을 청구한 '동의 없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 한우리(가명)씨도 증언에 나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의 미비점을 바로잡을 장치로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나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이 묻힐 뻔했던 경험을 직접 겪었다는 것이다.

강화도 유기치사 사건의 피해자 딸 한씨는 "경찰이 현장을 놓쳤을 때, CCTV를 놓쳤을 때, 혈흔과 DNA와 의복 증거를 제때 확보하지 않았을 때 그 수사의 빈틈은 경찰 수사 당시 바로 점검하고 바로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저희 사건처럼 증거 확보가 하루하루 시급한 사건에서 몇 달이 걸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은 그냥 진실이 사라지길 기다리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의 권한 남용은 당연히 통제돼야 한다"면서도 "그 이유로 일반 형사사건 피해자에게 필요한 신속한 점검과 보완수사 통로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는 "이 사건은 경찰이 상해로 접수했고, 제가 장애 진단을 받을 것 같다는 소견서를 받자 겨우 중상해로 송치했다"며 "재판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사건번호를 검색해 보니 죄명이 살인미수로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와 관련된 질문을 하고 가해자가 아니라고 딱 한 번 둘러대자 경찰은 그냥 넘어갔다"며 "휴대전화 포렌식에서 '서면 살인', '서면 강간'이라는 검색기록도 있었지만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 사건은 수사기관의 정성에 따라 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진정으로 검찰이 잘못했다면 이를 견제하는 제도를 만들면 되지, 한 기관을 없애겠다는 건 한쪽만 설득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뿐"이라고 호소했다.

"기록도 설명도 없었다"…절차에서 소외된 피해자들피해자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피해자가 오히려 절차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진행 상황이나 공소장 내용, 재판 진행 과정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기록을 열람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75차례 거부 의사가 담긴 녹음파일이 있었음에도 피고인에게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돼 재판소원을 청구한 '동의 없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 한우리(가명)씨는 "피해자는 형사재판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라며 "그런데도 저는 현행 제도 안에서조차 부실한 수사와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길을 찾기가 이토록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기록의 열람·복사를 신청해도 허가는 좀처럼 나지 않았고, 왜 공소장에 제가 고소한 내용과 다른 내용이 적혔는지 정확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피해자인 제 목소리가 재판부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탄원서 한 장뿐"이라고 토로했다.

검사가 피해자 한 번 만나지도 않고 기소한다면 변호사들은 현재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기관의 권한 조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피해자 권리 보호 방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오지원 변호사(법률사무소 법과치유)는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5년 동안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권한이 없어지면서 과잉수사 우려는 줄어든 반면 수사지연과 부실 문제가 대두됐다"며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소의 '분리'가 수사-기소의 '단절'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공소청 검사가 경찰이 보낸 기록만 보고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지도 못한 채 기소하게 되면 공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지론자들은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면 된다고 하지만, 요구권은 '경찰이 무엇을 빠뜨렸는지 검사가 기록만 보고도 알 수 있을 때'만 작동한다"며 "부르지 않은 참고인, 찍지 않은 현장 사진, 채취하지 않은 DNA, 확보하지 않은 CCTV는 기록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지희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수사진행상황 통지의무'를 명문화하고 피해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 여부 등은 통지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정작 수사 진행 상황은 통지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전건송치를 도입해서 (공소청의) 수사 통제장치를 일원화하고, 피해자가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피해자 참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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