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걷기, 날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풍경

이 뉴스, 어떠셨어요?
한 번의 탭으로 반응을 남겨요 · 로그인 불필요
- <'숨은 보석'에서 한국인 걷기 성지로 바뀐 이탈리아 돌로미티 https://omn.kr/2iwqn >에서 이어집니다.
이탈리아 입국 나흘째이자 돌로미티 트레킹 셋째날인 6월 20일. 행선지는 서부 돌로미티의 간판 스타인 세체다다. 숙소를 출발해 버스로 이동한 뒤 산타 크리스티나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현지 가이드 베로니카를 만났다. 안나와 비슷한 중년의 건강한 여성으로 관록이 넘쳐 보인다.
케이블카로 올랐다가 20분 걸어서 리프트로 갈아탔다. 이곳 리프트는 별도의 탑승권을 끊어야 한다. 초록빛 평원 위에 회색 바위 봉우리가 솟아 있는 풍경은 똑같지만 날마다 풍경이 새롭다. 첫날부터 '오늘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날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느낌이다.
세체다는 왼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오른쪽은 초록빛 사면으로 이뤄진 독특한 지형이다. 뾰족한 모서리가 말 그대로 '에지(edge) 있게' 생겼다. 정상에는 대형 십자고상을 세웠고 주변 봉우리 모양과 높이를 표시한 조형물도 만들어놓았다.
하얀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과 초록빛 평원의 배색이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오늘이 토요일인 데다 이곳이 명소여서 탐방객으로 북적인다. 앞다퉈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은 뒤 풀밭에 드러누워 경치를 감상한다. 세체다 풀밭에 누워 시체놀이를 하고 있다니.
세체다 초원에서 버스킹을 감상하다니
근덕이는 대학 시절부터 가수로 이름난 친구다. 최근에도 서울 연희동 경의선 숲길이나 미아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기타 치며 버스킹도 하고 각종 행사의 축가를 도맡고 있다. 주변 권유에 따라 한 곡조 뽑았다. 외국인도 알아들을 수 있는 팝송을 하라고 하자 '마이 웨이(My Way)'를 열창했다. 우리 일행 말고도 다른 탐방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자아냈다.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이다.
세체다 리지 트레일을 따라 걸었다. 아무리 봐도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30분 정도 걸으니 바이타 소피에 산장이 보인다. 큰 건물 옆으로 작은 목조 건물 두 채도 보인다. 산장에서 돈가스로 허기를 달랬다.
내가 일어나서 건배사를 선창하자 친구들이 술잔을 들고 따라 외친다. "여긴 어디? 세체다!" "산장 집은 몇 채? 세 채다!" "우리 인생에 여행을 빼면? 시체다!" 다른 일행도 웃음과 박수로 화답한다.
여기서 두 조로 갈라졌다. A조는 봉우리 왼쪽을 돌다가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잡았고, B조는 막바로 하산하는 코스다. 각각 1시간 40분과 40분 남짓 걸린다. 오늘은 트레킹 첫날처럼 우리 친구 모두 A조로 베로니카를 따라 걷고, 다른 팀 한 명만 B조여서 백 팀장과 동행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 쪼이는 것 말고는 길이 비교적 평탄하고 기온도 적당해 걷기 좋다. 멋진 풍광에 매료돼 수시로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걸음이 지체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곳 트레일의 랜드마크인 천사 바위가 나타난다. V자로 솟은 두 바위가 찬사 날개를 닮았다. 당나귀의 쫑긋한 두 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오른쪽 바위 꼭대기에 사람들이 보여 저기를 어떻게 올라갔나 싶었는데, 뒤에서 보니 가파르긴 해도 오르내리는 길이 있다.
피렌체 산장에서 다리쉼을 했다. 이곳 레몬 맥주가 명물이라고 해서 맛을 보고 다시 길을 나선다.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 도착하니 넓은 평원이 나타난다. 여기서 두 번째 점프 컷에 도전한다. 요령이 생겨서인지 세 번만에 성공했다. 이젠 더 뛰라고 해도 기력이 없어 못 뛰겠다며 모두 엄살을 피운다.
전체 내용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