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3% 반등의 세 가지 조건…관건은 '구조개혁'
ONP 요약
정부가 반도체, AI, 로봇 같은 첨단 산업에 집중 투자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더 많이 성장할 거라고 예상하고, 지방 지역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회사들이 투자하도록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진보 성향:지역 양극화 해소 전략 — 호남·충청 등 지방에 반도체·AI 거점을 조성하고 지방우대세제로 일자리를 창출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정책이라고 평가.
중도 성향:반도체 호황 활용 성장정책 — 반도체 수출 호황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역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균형잡힌 전략.
보수 성향:경제 성과 극대화 정책 — 반도체 초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 신기록과 3% 성장을 실현하는 정부의 경제 운용 능력을 강조.
정부가 반도체 호황을 발판으로 잠재성장률 3% 달성 등을 내건 '3·4·5 비전'을 제시했다. 다만 정부 스스로 성장률 전망은 높이면서도 취업자 증가 전망은 낮췄다. 결국 반도체·인공지능(AI)의 성과를 다른 산업과 일자리, 내수로 확산시키고 노동·교육·재정 개혁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가 '3·4·5 비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잠재성장률 3% 내걸었지만…"가장 어려운 목표"
정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목표로 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확정·발표했다. 세 가지 목표 가운데 잠재성장률 3%만큼은 달성 시점을 제시하지 못했다.
재정경제부 강기룡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수출 4강과 국민소득 5만 달러에 대해선 "2030년까지 달성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 반면 잠재성장률 3%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기를 목표하는 건 어렵다"며 하락 흐름을 반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을 바탕으로 물가 불안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성장 속도를 의미한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이나 국민소득은 특정 시점의 성과를 의미하는 결과지표인 반면, 잠재성장률은 경제 체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지표다. 전문가들이 이번 '3·4·5 비전' 가운데 잠재성장률 3%를 가장 어려운 목표로 보는 이유다.
실제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여력은 계속 약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4~2026년 평균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1.66%에서 내년 1.52%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 김세직 원장도 지난달 '2026 KEDF' 기조연설에서 10년 평균 장기성장률이 지난 30년 동안 5년마다 약 1%포인트씩 하락해 이미 0%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장기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은 산출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이 장기간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반면 수출과 국민소득은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올해 1~4월 한국의 수출액은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랐고, 1인당 국민소득도 올해 4만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투자, 생산성으로 이어져야
정부가 잠재성장률 반등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반도체 호황과 AI 중심의 대규모 투자다.
재경부 이형일 1차관은 '3·4·5 비전'이 도전적인 목표임을 인정하면서 1990년대 후반 미국의 정보기술(IT) 투자 확대를 사례로 들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 투자가 자본을 축적하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건설만으로 성장 능력이 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기업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그 효과가 다른 산업까지 확산돼야 비로소 잠재성장률 반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노동과 자본 투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같은 인력과 자본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성 향상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DI 정대희 연구부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출과 국민소득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되지만 잠재성장률은 매년 그만큼씩 성장해야 하는 문제"라며 "혁신이 계속 성장으로 이어지고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활발히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은 올랐는데 고용은 줄었다
반도체와 AI 기술이 자동차·철강·바이오·모빌리티·에너지 등 다른 산업의 혁신으로 확산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첨단산업 투자가 지역으로 퍼져야 반도체 호황이 일부 기업의 실적 개선을 넘어 경제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스스로 인정한 딜레마도 있다. 정부는 올해 실질성장률 전망을 기존 2%에서 3%로 높였지만 취업자 증가 전망은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췄다. 반도체 산업은 성장 기여도는 높지만 취업유발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아 수출 증가가 곧바로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정부가 청년 전문인력 20만 명 양성과 양질의 일자리 20만 개 창출 계획을 별도로 제시한 것도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AI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산업과 기업, 일자리를 만들어야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통화에서 "반도체에서 시작된 성장이 다른 산업의 혁신과 새로운 일자리, 가계소득과 내수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며 "1~2년 반짝 3% 성장하는 것과, 떨어지던 잠재성장률을 반대로 올리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해묵은 구조개혁…결국 갈등 조정이 관건
반도체와 AI의 성과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려면 노동과 교육, 재정 분야의 구조개혁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AI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고용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산업 수요에 맞춰 교육체계와 재정 배분을 손질하는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가 이번 전략에 담은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조세지출 정비, 재정사업 구조조정, 퇴직연금 개편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온 과제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존 수혜층과 신규 진입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번번이 추진이 지연됐다.
이번에도 상당수 과제는 사회적 논의와 방안 마련, 법 개정 추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도를 실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조정하고 충격을 완화할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성장전략의 성패는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보다 확보한 기회를 구조개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와 반도체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른 산업과 지역, 일자리로 확산될 때 비로소 정부가 내건 '3·4·5 비전'도 현실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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