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 명 심장병 환아 치료…아들마저 수술한 의사 사연
"막상 내 아이에게 칼을 대려고 하니까 못 하겠더라고요."
35년간 8천여 명의 심장병 환아를 치료해 온 김웅한 서울대학교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직접 수술해야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김 교수는 22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평생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며 "제가 수련받을 때는 흉부외과는 제일 힘든 과여서 집에 일주일에 한 번, 2주일에 한 번 들어갔다"고 운을 뗐다.
그는 "'풍진'에 걸려 자가격리를 하면서 처음으로 두 살 된 아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됐다"며 "자는 아들의 가슴이 펄떡펄떡 뛰더라. 그때 아차 싶었다. 청음을 해보니 심장 잡음이 들렸다"고 떠올렸다.
소아과 의사였던 아내가 평소 아들 가슴이 튀어나와 보인다고 말했지만,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김 교수는 "병원에 가니까 심장병이었고 수술 시기를 놓친 상태였다"며 "하늘이 노래지고 가족들을 볼 낯이 없었다. 온갖 후회가 들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직접 아들의 수술대에 선 그는 "살려달라고 정말 많이 기도했다"며 "아들을 살려주시면 평생 심장병 아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약속했고 그걸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소아의료 현실에 대한 고민도 전했다. 인체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심장은 신생아 1천 명 중 8명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태어나지만, 이를 치료하는 국내 소아심장 전문의는 단 1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도 정년 퇴임을 1년 6개월 앞두고 있다.
그는 "흉부외과에서 소아심장 지원자는 대가 끊어진 지 오래됐다. 심각하다"며 "이대로라면 소아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외국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흉부외과 내 소아흉부외과는 장기 발달이 미숙한 신생아를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술이 잘 돼도 신생아가 이겨내야 한다. 과거에는 사망률이 높았지만 현재는 0.6%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비가 낮은 것도 있다. 수술을 많이 할수록 병원은 적자를 보는 구조"라며 "의료 소송 부담도 크다. 흉부외과 결과는 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기대 수명에 따라 소송이 걸리니 규모도 최소 10억 원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소아 응급실 뺑뺑이'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응급실에 긴급 수술이 필요한 소아 환자가 왔지만, 소아외과의가 없어 일반 외과의가 수술한 사례가 있었다"며 "결국 환아 상태가 악화돼 소송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에서 병원이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경주에서 맹장염으로 응급실을 찾은 소아 환자가 전국 병원을 돌다가 소아외과의가 없어 서울까지 왔더라"며 "오다가 맹장이 터져 복막염과 패혈증이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영문학술지에 발표된 '한국 소아심장 전문의 인력의 업무 현실과 지속가능성 위기' 논문에 따르면 국내 소아심장내과·소아심장외과 전문의 1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소아심장외과 전문의 50%는 의료 소송을 직접 경험했으며 34.6%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아심장외과 전문의 61.6%는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과도한 업무량, 소송 압박, 직업 만족도 저하 등이 한국 소아심장 전문의들의 번아웃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한국 소아심장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인력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퇴하는 전문의를 대체할 젊은 전문의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일반외과 및 소아심장외과 전문의 인력의 고령화를 직접적으로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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