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까지 쓴다... 버리는 게 없는 이 농장

사각사각, 사각사각.
처음에는 바람 소리인 줄 알았다. 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러나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그 소리는 살아 있는 것들이 내는 소리였다. 수만 마리의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였다.
9일 오후 1시 30분, 충남 서산시 고북면 면학골길에 있는 윤성원 명인의 누에 농장 '누에가'를 찾았다. 목적은 오디가 아니라 누에였다. 4대째 이어지고 있다는 양잠 농가의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 마침 농장에서는 오디 체험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것은 누에 농장을 이해하게 해주는 덤이었다.
농장에 도착하자 윤성원 명인은 가장 먼저 우리를 어린 누에를 키우는 방으로 안내했다. 바람이 솰솰 드나드는 방이었다. 천장 가까이에는 서까래처럼 보이는 나무 구조물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오래된 농가의 뼈대처럼 보였지만, 윤성원 누에 명인은 그곳이 어린 누에가 일정 기간 머무는 인큐베이터 같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 방에서 우리는 누에의 한살이를 들었다. 누에는 알에서 깨어나 뽕잎을 먹으며 자라고, 네 번 허물을 벗은 뒤 고치를 짓는다. 고치 속에서 번데기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나방이 되어 다시 알을 낳는다. 교과서에서 본 적 있는 과정이었지만, 뽕나무밭 한가운데에서 직접 들으니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윤 명인은 누에 알이 1년에 한 번만 부화한다고 설명했다. 봄에 난 알은 다음 해 봄이 되어야 깨어난다. 온도를 맞춰준다고 해서 아무 때나 부화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지나야 비로소 깨어날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에 알은 일정 기간 냉동 보관을 거친 뒤, 다시 냉장 상태로 옮겨 계절의 변화를 지나온 것처럼 관리한다. 사람의 손으로 겨울을 만들어주고, 다시 봄을 맞게 해주는 과정인 셈이다. 그렇게 시간을 통과한 알이 뽕잎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깨어난다.
누에의 시간은 사람 마음대로 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계절과 뽕잎, 온도와 사람의 손길이 맞아야 비로소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홈매트도 안 됩니다"
누에의 한살이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그는 누에들이 있는 농장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조금 전에 들은 말이 생각났다.
"홈매트도 안 됩니다."
누에는 사람이 만든 유기합성 물질에 매우 약하다고 했다. 연막 소독이 한 번 지나가면 그해 뽕잎은 1년 내내 사용할 수 없다. 홈매트나 방향제, 향수 같은 휘발성 화학물질도 누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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