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대폭락→K증시 흔들…뒤늦게 고삐 죄는 당국
반도체주 폭락으로 올해 8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28일 코스피 전체가 요동쳤다. 역대급 폭락장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자 금융당국은 업계를 다시 불러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고삐를 죄었다.
중국 반도체 추격에 흔들린 K증시반도체주가 다시 국내 증시를 흔들었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 우려까지 겹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자 전날 코스피는 10% 넘게 밀렸고 장중 6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가 쏟아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했다. 이달 들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일에도 반도체 관련주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거래가 중단됐고, 이날도 미국 반도체주 약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급락으로 이어지며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반도체주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에 대한 경계감이 꼽힌다. 중국이 반도체 제조의 핵심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글로벌 노광장비 시장의 선두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5.80% 급락했다.
전날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 소식까지 맞물리면서 중국의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와 공급 경쟁 심화에 대한 경계감도 커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중국의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경쟁 심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AI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급락에 레버리지까지 '증폭'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시장 구조는 반도체 악재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되는 배경이 됐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3.39% 내린 22만원대로, SK하이닉스는 14.65% 급락한 15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26~29% 폭락했다.
주가 급락으로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합산 비중은 48.46%로 50% 아래로 내려왔지만, 거래는 여전히 두 종목에 집중됐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전주 코스피 거래대금은 27조4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거래대금이 14조7천억원으로 절반이 넘는 53.8%를 차지했다. 단일종목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도 11조원으로 국내 주식형 ETF 거래대금의 48.8%에 달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는 반도체가 끌어올린 만큼 반도체가 흔들리자 지수 전체가 크게 출렁였다"며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는 동안 코스닥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 황폐화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코스닥은 한때 700선이 무너졌다가 705.95로 장을 마쳤다.
메리츠증권은 "특정 종목과 상품으로 자금 쏠림이 심화되면 다른 종목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급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여기에 빚투와 레버리지 성향의 자금까지 대형주로 집중될 경우 시장 충격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급락이 반도체 악재만으로 설명되기보다 시장 체력이 약해진 영향이 컸다고 짚었다. 레버리지 상품 청산과 오는 31일 예탁금 규제 시행을 앞둔 관망세로 거래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가 겹치며 지수 하락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뒤늦은 보완책…추가 규제·상폐 딜레마시장에서는 보완책이 시행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가 위축되면서 과도한 변동성도 다소 잦아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기본예탁금을 3천만원으로 높일 경우 관련 계좌 수가 현재 약 10만개에서 1만개 수준으로 줄고, 하루 거래량도 약 6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레버리지 거래량이 줄고 시장이 소강 국면에 들어서면 변동성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뒤늦게 고삐를 죄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투자자 불만과 한국은행의 경고에도 미온적이던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잇달아 보완을 주문한 뒤에야 대책 시행을 앞당기고 추가 규제 검토에 나섰다.
당국은 지난 16일 기본예탁금을 3천만원으로 높이고 최소 매매단위를 확대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닷새 뒤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그거 가지고 되겠냐. 보완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적하자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업계 점검 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품을 허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완책이 잇따르면서 애초 제도 도입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수요가 충분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투자요건 추가 상향과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 추가 조치도 검토·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주기적 재교육과 모의거래 도입, 선행 투자경험 요건 신설뿐 아니라 개인이 보유한 전체 금융투자상품 투자금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정치권은 일단 기존 보완책의 효과부터 확인하자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간사인 김남근 의원은 지난 27일 업계 간담회 후 "당장 상장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상품성을 낮추고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폐지는 금융당국에도 부담이 큰 선택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까지 결정하면 당국이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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