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빨리빨리" 실무선 우왕좌왕…경기미래투자공사 '첩첩산중'
추미애 경기지사의 핵심 공약인 '(가칭)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이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추 지사는 연일 속도전을 주문하지만, 정작 실무선에선 준비 부족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필수 행정절차만 최소 2년이 걸리는 데다, G-펀드 중복 논란과 시·군별 손실 분담 기준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수두룩하다. 선언적 채근에 앞서 치밀한 기본계획과 추진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사는 "10월 MOU" 속도전…현실은 타당성 용역조차 미정
2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추 지사는 취임과 동시에 경기도와 도내 시·군, 민간 자본이 함께 자금을 조성하는 전담 정책금융기관인 '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민의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후테크 등 첨단 미래산업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위함이다. 내년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설정했다.
추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10월 초까지 반도체 거점 8개 시(수원·용인·성남·평택·오산·이천·화성·안성)와 광주시를 포함한 9개 시·군과 MOU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연말까지 계획됐던 시·군 협약 시점을 도지사가 직접 두 달 가량 앞당긴 것이다.
그러나 지방공기업법상 독자적인 '공사'를 설립하려면 최소 1년이 넘는 행정 절차가 필수적이다. 기본계획 수립 후 행정안전부 지정 전문기관의 타당성 검토 용역과 행안부 협의, 주민공청회, 도의회 조례 제정 등을 거쳐야 한다. 실제로 앞서 경기교통공사의 경우 타당성조사 용역 공고 시점(2018년 9월)부터 공식 출범(2021년 5월)까지 2년 8개월이 소요됐다.
공사 설립의 첫 단추인 기본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 지사가 제시한 시간표와 실무 현장의 시계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G-펀드 흡수할까 중복될까…관계 정립 대책 '공백'경기도의 기존 정책금융인 'G-펀드'와의 관계 정립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추 지사는 기존 펀드와의 '선 긋기'를 강조하는 반면 실무 부서의 설계안은 기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추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사의 역할이 "소부장이나 R&D 업체 등에 대한 장기투자에는 불리한 기존 G-펀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책금융"이라며 기존 G-펀드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지난 6일 경기도는 경기미래투자공사를 G-펀드와 마찬가지로 모펀드-자펀드 체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공사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의 펀드 기획·관리 기능이 중복될 수밖에 없다. 경과원의 펀드 운용 인력과 노하우를 공사로 흡수·이관할지, 아니면 두 기관이 각각 펀드를 따로 운용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경기도와 경과원이 운용 중인 G-펀드는 조성액 1조 2천억 원을 돌파하며 경기도의 대표적인 모험자본(Venture Capital)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추 지사가 올해 세출 구조 재점검을 지시할 만큼 도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막대한 출자금이 들어가는 새 기관 설립이 타당한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도내 공공기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기존에 구축된 산하기관들의 정책금융 지원 체계와 기능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신설 공사와의 역할 조정이나 정밀한 진단 없이 속도전만 펼칠 경우 기관 간 업무 중복과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시·군마다 이해관계 다른데…구체적 계획 없이 무리한 MOU 추진자금을 함께 출자해야 하는 9개 지자체와의 협약 추진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각 지자체마다 재정 여건과 산업 기반 등이 천차만별임에도 이를 조정할 구체적인 방안 없이 선(先)협약 체결부터 압박하는 모양새다.
펀드 투자 특성상 원금 손실 위험이 수반되는 상황에서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손실 보전 장치나 출자 비율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참여부터 담보하라는 식은 지자체들로선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이끄는 용인과 성남의 동참을 끌어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출자액에 비례해 지역 기업에 우선 투자(의무 배정)하는 조건이라도 내걸 경우 재정이 취약한 시·군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도 관계자는 "현재는 시·군과의 실무 협의 초기 단계로 요구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구체적인 출자 비율이나 손실 분담 기준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않았다.
지자체별 이해관계를 풀어낼 구체적 대안이나 기본계획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10월 MOU'라는 기한에 맞춰 무리하게 협약을 추진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
도 관계자는 "기본계획이 나와야 타당성 검토를 의뢰할 수 있어 당장 용역 시점을 단언하기 어렵다"며 "지방공기업 형태가 될지 등 세부 모델은 여전히 연구와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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