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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 붙은 ㄱ, ㄴ, ㄷ... 한글로 어떻게 노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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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 붙은 ㄱ, ㄴ, ㄷ... 한글로 어떻게 노냐면요

지하철역 통로 벽에, 숲길 들머리에 자석 한글 낱자들이 붙어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ㄱ, ㄷ, ㅇ, ㅏ, ㅡ, ㅣ 같은 낱자를 이리저리 옮겨 제 이름을 만들어 보고는 웃는다. 이른바 '한글노리(한글놀이)'이다. 이 거리 미술의 주인공이 바로 1세대 한글 디자이너로 불리는 한재준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다.

그는 1980년대 후반 공병우 박사의 한글문화원에서 한글 기계화와 디자인을 익혔고, 공병우 박사와 자신의 성을 딴 '공한체' 등의 활자꼴을 개발했으며,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한글 주제관을 총괄한 바 있다. 2024년 정년퇴임 뒤에는 아예 거리로 나섰다. 그를 지난 6일 인사동 전통 찻집에서 만나 '한글노리'로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꿈을 들었다.'한글노리'에서 '노리'는 '놀이'에서 왔지만 일종의 고유 브랜드 차원에서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라고 한다.

"세계 대도시서 성공할 자신있습니다"

- '한글노리'를 언제부터 구상하고 시작하신 건가요.

"결정적인 계기는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였어요. 그런데 그 바로 1년 전인 2008년에 '한글 스승전'이 있었습니다. 세종대왕 나신 날이자 스승의 날의 뜻을 담은 전시였지요. 따지자면 한글 스승전이 먼저고,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꽃을 피운 셈입니다."

- 한글 스승전은 처음부터 직접 기획하고 전시까지 다 하신 거지요.

"기획자가 한 사람 더 있어요. 권혁수 선생과 공동 기획을 했고, 저는 총감독 역할을 맡았습니다. 배경을 말씀드리면, 파주출판도시의 이기웅 이사장님이 저를 찾으셨어요. 2008년에 세계 출판인 대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데, 세계 출판인들이 한국에 오니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건물을 한글로 확 뒤덮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자랑할 건 한글, 한글밖에 없다'며 도와달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예산을 여쭤보니 4천만 원이라는 거예요. 저는 못 하겠다고 했어요. 어림잡아도 7천만 원은 들 일이었거든요. 저는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결국 나중에 그 이상을 도와주셨고, 회사를 가진 김영철 선생도 기꺼이 함께해 줬습니다. 돈은 못 벌었지만(웃음), 그렇게 전시가 이루어졌습니다."

- 그 전시로 '뜨셨지요'.

"2008년 한글 스승전 덕분에 제가 떴지요(웃음).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간부들을 데리고 전시장에 오셨어요. 70평 정도밖에 안 되는 굉장히 작은 전시였는데, 제가 안내를 해 드렸더니 둘러보시면서 '아, 여기 다 있네. 이 사람들이 이렇게 하려니까 못 한다고? 공무원들이' 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무슨 말씀인지 감을 못 잡았어요. 공들여 만든 전시 동영상까지 보시더니 '여기 다 있는데 못 한다고?' 하시면서 저를 보고 '올해 한글날 행사도 도와주시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장관님, 이 전시는 하나의 모형에 불과합니다. 예산만 제대로 투입하면 이 콘텐츠를 키워서 뉴욕, 파리, 도쿄, 베를린 같은 세계 대도시에 가져가도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올해 한글날부터 좀 도와주면 내가 한 교수 해 달라는 거 밀어드리겠다' 하셨고, 그렇게 그해 한글날 경복궁 수정전에서 전시하게 됐습니다."

- 수정전이면 집현전 터 아닙니까. 거기가 처음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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