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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정유공장까지 때린 우크라 드론…푸틴 '소모전 구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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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앞세워 러시아군 보급로와 본토 정유시설을 동시에 타격하고 지상에서도 반격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를 먼저 지치게 하려던 러시아의 장기 소모전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둔화하고 병력 손실이 신규 충원 규모를 웃도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전에서 우위를 넓히면서 전쟁의 흐름이 러시아에 불리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는 갈수록 느려지고 있으며,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보급로를 집중 타격하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술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기대와 달리 무너지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반격에 나섰다.

WSJ은 러시아가 2022년 말 이후 처음으로 수세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우위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막을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군의 전력 소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스크바의 전략기술분석센터를 이끄는 루슬란 푸호프는 “지난 1년간 러시아의 전략적 입지는 악화했다”며 “지상군의 진격은 느려지고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거세지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병력과 전투력이 소진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군사 전문가는 지난겨울 이후 러시아군의 사상자 수가 신규 충원 인원을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보병을 보충하기 위해 강제 동원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국내 반발을 우려해 지금까지 강제 동원을 피해왔다.

우크라이나 역시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미 큰 피해를 본 전력망과 난방시설이 추가로 파괴되면 주요 도시 주민들은 또다시 혹독한 겨울을 맞을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 능력이 “러시아에 남은 마지막 주요 우위”라며 서방에 패트리엇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러시아군은 올해 주력 공세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는 여전히 진격하고 있다. 러시아 보병이 코스티안티니우카에 침투하고 있지만 아직 도시를 장악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전에는 1100㎞가 넘는 전선의 여러 구간에서 러시아군이 동시에 전진했지만, 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각 전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자국 병력이 성기게 배치된 전선으로 침투하는 러시아 보병을 찾아내 제압하는 능력을 키웠다. 탐지와 전자교란, 소형 요격 드론을 결합한 다층 방어체계로 러시아의 중거리 드론에도 대응하고 있다. 마이클 코프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은 계속 전투 방식을 개선했지만 러시아군은 2025년과 같은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전선 후방 보급망을 겨냥한 중거리 드론 공격도 확대하고 있다. 보병과 드론을 결합한 새로운 전술로 소규모 반격에 나서는 등 러시아군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아직 이러한 전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대는 물론 시베리아 깊숙한 곳에 있는 정유시설과 에너지 기반시설까지 타격하고 있다.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 연료 공급 차질이 커지는 가운데 폴란드 군사분석업체 로샨컨설팅의 콘라트 무지카 대표는 디젤 부족이 심해지면 러시아군의 작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사거리와 수량이 늘어나면서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 전체를 방어하기 어려워졌다. 나이절 굴드데이비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광대한 영토는 힘이었지만 이제는 방어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약점이 됐다”고 말했다.

전황 변화는 미국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에게는 가진 패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 주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독창성과 장거리 드론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관리 2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타격 능력에 관한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를 받은 뒤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최대 변수는 푸틴 대통령이 전과는 줄고 비용은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과연 인정해 휴전에 나설지 여부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와 러시아의 영향력 회복 등 기존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연내 우크라이나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휴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푸호프는 “이 전쟁은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남은 생애를 건 과업이 됐다”며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장기 소모전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거두지 못한 전과까지 주장하자 서방 전문가들은 그가 전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코프먼 연구원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승리가 불가피하다고 믿게 만드는 부정확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전과 지상전에서 주도권을 되찾고 있지만, 이를 결정적 승리나 휴전으로 이어갈 단계는 아니다.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현재 전황을 “어느 쪽도 상대의 결정적 승리를 허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규정하며 “러시아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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