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전 반격에 흔들리는 러시아…전쟁 주도권 바뀌나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장기 소모전에서 버틸 수 있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쟁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이 러시아군 보급망과 정유시설, 에너지 인프라를 잇달아 타격하면서 모스크바가 시간이 반드시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여전히 진격하고 있지만 성과는 갈수록 제한적이다.
특히 병력 손실이 신규 충원 규모를 웃도는 데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보급로까지 위협받으면서 전선 유지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예상과 달리 방어선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반격까지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의 정유시설, 연료 저장시설 등을 공격하며 러시아군의 후방 보급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다만 전쟁의 향방은 아직 불확실하다. 러시아가 수세에 몰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드론전에 대응할 새로운 전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패트리어트 방공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탄도미사일이 러시아의 "마지막 주요 이점"이라며 서방 국가들에 패트리어트 시스템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나머지는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황 변화는 미국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아무런 패가 없다"고 평가했지만,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운용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공격 능력에 관한 정보보고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러시아 내부에서도 전쟁 종식을 원하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이 지난해보다 우호적으로 바뀐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전황 악화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 싱크탱크 전략기술분석센터의 루슬란 푸호프 소장은 WSJ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동안 러시아의 전략적 입지는 악화됐다"며 "지상군 진격은 둔화됐고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강해졌으며 러시아군 내부에도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겨울 이후 러시아군의 전장 사상자가 신규 병력 충원 규모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강제 동원령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현재까지는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해 이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올해도 도네츠크 지역을 중심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처럼 전선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진격을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군사 전문가 롭 리는 "이제는 양측 모두 서로 다른 지역에서 공세를 주고받으면서 전황이 이전보다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군사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침투 전술에 대한 대응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탐지 장비와 전자전, 소형 요격 드론을 결합한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한 반면 러시아군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전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란드 군사분석업체 로찬컨설팅의 콘라드 무지카 대표는 "우크라이나는 서서히 주도권을 되찾으며 러시아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은 러시아 본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성사진과 공개 영상에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론 시베리아 지역의 정유시설과 에너지 기반시설이 잇따라 공격받는 모습이 확인됐다.
무지카 대표는 이러한 공격으로 러시아 곳곳에서 연료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디젤 부족이 군수 지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드론 사거리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러시아가 광대한 영토 전체를 방어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나이절 굴드-데이비스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러시아의 넓은 영토가 강점이었지만 이제는 방어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아 오히려 약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드론 우위만으로 러시아를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영국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군사적 균형은 결정적 승리가 아닌 상호 억제 국면으로 바뀌었다"며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올해 말 우크라이나가 수용 가능한 조건에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푸호프 소장은 "이 전쟁은 푸틴의 평생 과제가 됐다"며 "그는 살아 있는 한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프먼은 푸틴 대통령이 군 수뇌부로부터 왜곡된 정보를 전달받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푸틴은 러시아의 승리가 여전히 불가피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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