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기회 놓쳤다'고 살해 협박에 가족 공격까지, 월드컵이 뭐길래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벌어진 '에스코바르 사건'은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경종을 울린 비극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당시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자책골을 넣어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자국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콜롬비아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탈락한 후 에스코바르는 큰 죄책감 속에서 귀국했다. 하지만 얼마 후 고향 메데인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에스코바르를 살해한 범인은 그가 월드컵에서 기록한 자책골을 문제삼아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가 해당 대회의 폐회 직전 사망하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은, 이번 북중미 대회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제이든 아담스가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는 에스코바르가 최초였다.
에스코바르 사건은 전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슬픈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콜롬비에서 열린 에스코바르의 장례식에는 10만명이 넘는 추모객이 모여 그의 마지막 길을 전송했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 '자살골'이라 불리던 것이 '자책골'로 점차 바뀌는 계기가 됐다.
에스코바르 사건은 축구에 관한 열광적인 응원과 팬심이, 어긋난 광기로 변질되었을 때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에스코바르 사건 발생 30년 흘렀음에도...
하지만 에스코바르 사건으로부터 벌써 30여년이 흘렀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역사는 월드컵에서 반복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공격수 알렉산데르 쇠를로트는 지난 12일 열린 잉글랜드와의 북중미월드컵 8강전(잉글랜드 2-1 승)에서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놓치며 팀의 패배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전세계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노르웨이는 이날 1-0으로 앞서가던 경기 전반 44분 역습 상황에서 절호의 추가 득점찬스를 잡았다. 그런데 공을 잡고 있었던 쇠를로트가 득점 기회에서 팀동료인 홀란이 완벽한 노마크 상황이었음에도 패스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볼을 끌고 직접 슈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말았다. 만일 해당 득점이 터졌다면 노르웨이가 격차를 두 골까지 벌려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노르웨이가 잉글랜드에게 연장 접전 끝에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면서, 분노한 노르웨이 언론과 전문가, 팬들은 추가 득점 기회를 날린 쇠를로트를 일제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쇠를로트의 SNS에는 선을 넘는 각종 악성 댓글들이 하루종일 쏟아졌다. 그중에는 선을 넘은 비난이 많았고, 심지어 자살을 강요하거나 살해하겠다는 협박까지 담겨 있었다.
쇠를로트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첫 터치 후 고개를 들어보니 존 스톤스(잉글랜드)가 패스할 길을 막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터치를 하려고 했지만 좋지 않았다. 내가 먼저 움직여서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그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가장 원했던 건 홀란에게 패스하는 거였다. 하지만 패스가 안 될 것 같아서 직접 슛을 한 것이다. 정말 힘든 순간이다"라며 고의로 홀란에게 패스를 주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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