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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부부의 52일 이탈리아 여행,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오마이뉴스
60대 부부의 52일 이탈리아 여행,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최근 2~3년 사이 가까운 지인들이 하늘의 별이 되는 일이 자주 생겼다. 얼마 전까지 함께 밥 먹고 차 마시며 이야기꽃 피우던 사람들과 이제는 더 이상 삶을 나눌 수 없게 되는 일들이 연거푸 되풀이되곤 했다. 나이는 순서가 아니었다. SNS에 뜬 부고장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문자로 부고장이 날아와 보면 당사자인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충격과 당혹감이 지나면 한없는 먹먹함과 깊은 슬픔이 온몸을 감쌌다.

누구나 겪는 일에도 마음의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이 세상에 존재하며 무엇을 더 하고 싶은지 상념을 거듭했다. 여러 겹의 생각들이 갈래를 잡고 마침내 두 가지로 정리되었다.

"유쾌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중은 없다. 뒤로 미루지 말고 떠나자."

고민 끝에 남편과 의기투합하여 선택한 여행지는 바로 이탈리아다. 시칠리아와 피렌체가 특히 끌렸다. 수 차례 본 영화 <대부>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영향이 컸다. 뜨거운 태양 아래 완만하게 펼쳐진 푸른 언덕과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에 늘어선 사이프러스,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 중세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들과 대성당 종탑 위로 울려 퍼지는 종소리. 그 길을 걷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여러 나라를 가는 것보다 이탈리아 하나에만 집중해 보기로 한 뒤 일정을 잡았다. 가고 싶은 도시 중에 길게 머물 곳과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좋을 곳을 대략 잡아 보니 두 달 가까이 일정이 나왔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시기를 피하려다 보니 3월 초 출발해 4월 말에 돌아오는 것으로 했다. 일단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긴 여행지의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예약 했다. 숙박은 선택지가 크다 보니 결정하기가 어려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숙박비가 오르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저절로 빠르게 결정하게 되었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적어 놓고 틈틈이 한 곳에 모아 두었다. 이탈리아의 3월은 춥다는 정보를 들어 겨울 외투도 챙겨 가기로 했다. 최소한의 옷을 준비하는데도 부피가 꽤 컸다. 이탈리아 물가가 워낙 비싸고 유로 환율이 꽤 올라 있어 가급적 아침 저녁을 숙소에서 해 먹기로 했다. 몇 가지 기본 양념도 준비했다.

기본 지식이라도 채우려고 이탈리아 역사, 미술 관련 책 몇 권을 읽었다. 너무나 방대한 역사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기억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읽고 나면 동시에 기억에서 사라지는 희한한 순간들이 되풀이되니 대략 감만 잡고 가자고 마음먹었다. 틈틈이 이탈리아 관련 영화도 보았다. 여행을 앞두고 영화를 보는 것은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증폭 시킨다.

제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인천 공항으로, 인천에서 이탈리아로, 지난 3월 10일 출발해 5월 1일까지 52일간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 출발(Andiamo)!

이탈리아에 도착하다

밤 9시,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대략 13시간 걸렸다. 짐을 찾고 입국 수속을 마친 후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는데 아뿔싸, 인터넷이 안 된다. 출발하기 전에 작은아이에게 이심(eSIM) 사용 방법 특별 훈련을 받았음에도 먹통이다.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안 되면 대체 숙소는 어떻게 찾아가나.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3년 전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를 42일간 배낭여행 해 본 나름 프로 여행자라고 자부했건만 시작부터 꼬인다.

황당과 난감의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데 남편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눈앞에 서광이 비친다. 혹시 몰라 남편은 숙소 위치의 약도 몇 장을 사진으로 미리 찍어 두었단다. 이럴 땐 남편이 J형(계획형)이라 어찌나 다행인지. 폭풍 칭찬을 퍼부었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족히 두 바퀴는 돌았다. 커다란 숙소의 간판을 찾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건물 입구에 여러 업체명이 눈에 보이지도 않게 작은 글자로 박혀 있었다. 경찰에게 묻고 주민에게 물어물어 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밤 11시가 다 되어 드디어 입실했다.

적응의 연착륙을 위해 첫 숙소는 한인 민박으로 예약했다. 조식이 제공되는데, 한식이다. 다음 날 한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왔다. 전날 밤 헤맸던 어둑 어둑한 길은 아침에 보니 찬란한 햇빛과 청량한 공기가 감돈다. 비로소 여행 시작이구나 실감이 난다. 기념으로 숙소 앞에서 남편과 사진 한 장 찍고 출발.

첫 일정을 콜로세움으로 정했으나 오전 10시 입장이라 두 시간 정도 시간이 남는다. 숙소 근처에 있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들르기로 했다. 도로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과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잰걸음으로 걷고 있다. 성당 입구에 있는 가방 검색대를 통과해 정문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기둥 사이로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과 그림들, 목조의 격자무늬 천장과 중앙 제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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