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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과 김치앤칩스'…40년 한국 미디어아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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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문학은 책이 아니다."

1988년 백남준이 던진 이 질문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유효하다. 약 40년이 흐른 지금, 미디어아트 그룹 김치앤칩스는 AI가 다시 쓴 이상의 시를 통해 그 질문을 이어간다.

대구 갤러리신라는 오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특별기획전 '백남준과 김치앤칩스'를 개최한다. 한국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과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미디어아트 그룹 김치앤칩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며 기술과 인간, 감각과 소통의 변화를 조망하는 전시다.

전시에는 백남준이 1988년 제작한 대형 의자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Literature is not a Book(문학은 책이 아니다)'가 공개된다.

공항 대기실 의자를 연상시키는 좌석 위에 모니터와 지구본, 책을 결합한 설치작품으로, 문학은 종이책이라는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빛과 영상, 통신과 사유를 통해 끊임없이 확장되는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레이저와 우주 이미지는 다가올 정보화 시대를 예견하며, 좌측 지구본에는 독일 행위예술가 요제프 보이스와 백남준의 정신적 교류를 상징적으로 담았다. 우측 지구본에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500주년(1492~1992)을 기념하는 이미지가 배치돼 문명과 소통의 확장을 암시한다.

백남준이 일상의 사물을 통해 새로운 매체 환경을 성찰했다면, 김치앤칩스는 빛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인간의 지각과 감각이 확장되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신작 'Unread Characters(읽지 않는 문자)'는 시인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에서 출발했다. 김치앤칩스는 손으로 다시 쓴 시를 머신러닝 시스템에 학습시켜 인공지능이 재구성한 텍스트를 렌즈와 조명 배열을 이용한 2차원 렌티큘러 구조로 구현했다.

원작이 하나의 해석을 거부했던 것처럼, 작품 역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서 언어가 어떻게 새롭게 생성되고 변형되는지를 시각화한다. 김치앤칩스는 시각예술을 전공한 손미미(대한민국)와 물리학을 전공한 엘리엇 우즈(영국)로 구성된 듀오 작가 그룹이다. 이들은 예술과 과학, 공학기술의 융합을 바탕으로 빛, 공간, 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갤러리신라는 "이번 전시는 한국 미디어아트의 역사적 흐름을 조망하는 동시에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예술적 상상력의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백남준에서 시작된 실험정신이 동시대 미디어아트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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