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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특수부대원 삶을 뒤흔든 미국인의 '광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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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특수부대원 삶을 뒤흔든 미국인의 '광주 이야기'

그 미국인의 말을 떠올리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스무 살 군인이던 그때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목이 메이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금세 눈물도 난다.

해군 최정예 UDT 소속이던 그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을 "전두환" 세 글자로 부르는 이들에 치를 떨던 사람이었다. "어디 일국의 대통령 이름을 함부로 부르냐"고 호통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은 미국인과의 1982년 짧은 대화로 바뀌었다. 그가 들은 진실은 자신이 알고 있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도 "광주사태"도 아니었다.

"군인이 사살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폭도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었다."

침착한 어조와 유창한 한국말로 전한 미국인의 이 말에, 그는 버스에 앉은 채 눈물을 펑펑 흘렸다. 군인은 더 이상 군인일 수 없었다. 제대 후 뒤늦게 입학한 대학에서 그는 대자보를 붙이고 최루탄에 맞섰다. 5·18의 유산인 1987년 6월 항쟁의 한복판에도 오롯이 서 있었다. 그 미국인이 심어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은 졸업 후 소방관이 되겠다는 결심으로도 이어졌다.

다시 꺼낸 앨범 속 사진

UDT, 소방관 출신답게 단단한 체구를 가진 기창도(64)씨는 매년 5월이 다가오면 그 미국인을 떠올렸다. '팀 원버그(Tim Warnberg)'라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을 단서 삼아 긴 시간 그의 행적을 좇았고 아내와 딸·아들에게도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팀을 자주 이야기했다.

1993년 세상을 떠난 팀의 소식을 6년 전에야 알게 된 기씨는 올해도 습관처럼 팀을 검색하던 아내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팀의 한국 이름을 딴 다큐멘터리 영화 <내 이름은 원덕기>를 <오마이뉴스>에서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그는 "묵은 앨범 속 잠들었던 팀이 깨어났다"고 느꼈다.

그는 곧장 앨범 속 팀의 사진을 꺼내 <오마이뉴스>에 보냈고, 취재팀은 지난 12일 전북 완주군 대둔산 자락에 위치한 기씨의 자택을 찾았다. 팀을 "형님"이라고 불렀던 기씨는 대전에서 소방관으로 25년 간 근무한 뒤 지금은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내고 있다.

기씨는 취재팀을 기다리며 앨범 하나를 꺼내뒀다. 앨범에는 군복을 입은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과 40여 년 전 팀이 직접 건넨 그의 사진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사진을 어루만지던 기씨는 "죽기 전 평생에 영향을 준 형님을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다"며 "형님이 광주에서 겪은 기억들이 세상에 온전히 보여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말을 두 번 배웠다는 미국인 '형님'

"영어 공부를 하려고 팀을 만났는데 팀이 한국말을 완벽하게 구사해 영어는 거의 쓰지도 못했어요."

기씨는 이 말을 하며 가벼운 웃음을 내보였다. 그가 팀을 만난 건 우연의 연속이었다. 1982년 진해에서 UDT 소속으로 복무 중이던 기씨는 길에서 외국인 한 명에게 대뜸 말을 건넸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했던 그에게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외국인은 잡고 싶은 절실한 동앗줄이었다. 그때 기씨에게 붙잡힌 외국인이 팀의 친구 노렌 러시(Noren Lush)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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