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의 우승, 김해여중 하키부의 마지막 금메달
가슴 팍에 '김해여중' 네 글자를 단 소녀들이 전국대회가 열린 푸른 하키 필드 위를 쉼 없이 누볐다. 그런데 그 이름은 내년이면 사라진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1955년 개교한 전통의 김해여자중학교가 2027년 3월 1일 자로 김해중학교와 통합돼 교명을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제55회 전국소년체전은 '김해여중'이라는 이름으로 나서는 마지막 대회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무대에서, 소녀들은 2012년 이후 14년 만에 소년체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0-2, 무너지는 듯했던 전반전
선수도 지도자도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로 결승이 아닌 준결승을 꼽았다. 지난 5월 25일 한낮, 땡볕 아래 열린 대구 안심중학교와의 4강전이었다.
경기는 시작부터 꼬였다. 2쿼터, 3학년 맏언니 권유희(15)의 패스가 상대에게 끊기며 선제골을 내줬고, 내리 한 골을 더 허용해 순식간에 0-2가 됐다. 자신의 실수로 분위기를 넘겨준 권유희는 고개를 떨구는 대신 한 발 더 뛰었다. 그리고 2쿼터 종료 5분 16초를 남기고 직접 추격골을 꽂아 넣으며 1-2로 따라붙었다. 미안함을 만회로 갚은 셈이었다.
센터 포워드 장혜은(15)은 평소 "우리 팀이 가장 절정인 순간은 3쿼터"라고 말해왔다. 다른 팀이 초반에 몰아붙일 때 탐색전을 펼치다가, 후반에 장기인 체력을 폭발시킨다는 것이다.
이날도 그랬다. 3쿼터, 장혜은이 몸을 사리지 않고 파고들어 페널티스트로크를 얻어냈다. 키를 잡은 건 주장이자 센터 미들인 김유경(15).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오른쪽 낮은 코스를 강하게 찔러 2-2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골은 그로부터 2분여 뒤에 나왔다. 김유경의 중앙 롱패스를 장한별(13)이 끝까지 지켜 파울을 유도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공격을 전개한 장혜은이 다시 공을 받아 반대쪽 골포스트로 정교한 슈팅을 꽂았다. 3-2. 역전골을 넣은 장혜은이 흰색 마우스피스를 한껏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승부를 결정지은 건 마지막 수비였다. 4쿼터 종료 10초를 앞두고 안심중이 동점을 노려 총공격을 퍼부었지만, 측면에 있던 김민주(15)가 리버스 태클로 상대의 마지막 공격을 끊어내며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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