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의 앤트밀 장면, 소수의견 반영한 결과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021)을 비롯해 영화 <계시록>(2025)까지 함께 작업해 온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대화하던 중 인공지능(AI)과 집단지성을 화두로 삼게 된다. "소수의견이 무시당하고 그로 인해 무력해지는 상황". 바로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군체>의 초기 기획에 담긴 문제의식이었다.
영화는 서울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분투를 다룬다. 짐승처럼 기어다니던 감염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더욱 위협적으로 진화한다는 설정에서 좀비물 <부산행>(2016), <반도>(2020) 이후 연 감독이 다시 꺼내 든 좀비 장르의 변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출발점은 의외로 좀비가 아니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연 감독은 "(사이비 종교 교주를 다룬) 드라마 <지옥> 때 남은 숙제를 고민하다가 나온 생각이고, 좀비물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은 그 이후에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런 취지를 관객들이 알아본 걸까. <군체>는 5월 21일 개봉 후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500만 명(6월 13일 기준)을 가뿐히 넘기며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2026년 흥행 영화 2위를 기록 중이다. 앞서 5월 16일(현지시각) 제79회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직후 영화에 등장한 좀비들의 특정 동작을 따라 하며 즐거워하는 현지 관객들도 있었다고 한다. 연 감독은 "10년 전 <부산행> 이후 제가 선보이는 좀비 자체가 해외에서 어떤 상징성을 가진 게 되어 버린 것 같다"며 칸 상영 반응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기자의 장면] 지식과 경험 공유하는 좀비들... AI의 본질을 담다
그가 <지옥>을 만든 직후 붙잡은 숙제는 '집단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것이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위협하고 있는 건 무엇인지 궁금했다"고 한다. <군체>는 "집단성의 무서움을 장르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재밌게 풀어본 결과"라는 게 연 감독의 설명이었다.
영화 초반부에 바로 상징적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집단지성 공유를 유도하는 물질 기술을 빼앗긴 데 분노한 서영철(구교환)은 해당 바이오 회사가 자리한 건물에 생화학 테러를 감행한다. 하나둘 좀비로 변하기 시작한 사람들 틈에서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과 생존자들은 건물 안 쇼핑몰 구역의 한 매장에 몸을 숨기게 되고, 거기서 괴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자신들을 공격하던 좀비 무리가 순간 동작을 멈춘 채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한 것. 공격 과정에서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는 일종의 '업데이트' 과정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좀비는 일종의 AI적 특징이 있어야 했다. 그걸 시각화하는 동작에 대해 엄청 고민했다. 영향받은 게 1978년에 나온 필립 카우프먼 감독의 <우주의 침입자>(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라는 작품이다. 그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면 외계인들이 인간을 발견했을 때 하는 동작이 있다.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식인데 거기서도 집단의식을 공유한다는 설정이거든.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한 번의 탭으로 반응을 남겨요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