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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없는 진실을 찾는 법…3기 조사 원칙은[진화위, 해외입양을 다시 묻다②]

뉴시스 속보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기록이 없다고 사건을 덮을 수 없다. 그렇다고 기록 없이 신청인의 주장만으로 국가 책임을 인정할 수도 없다.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해외입양 조사를 총괄하게 된 장영수(66) 상임위원은 이 두 원칙 사이에서 진실규명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2기 진실화해위는 해외입양 사건 367건 가운데 56건에 대해서만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나머지 311건은 '증거 부족'과 조사 기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조사 중지됐다. 오는 21일 조사를 개시하는 3기 진실화해위는 이 멈춰 선 사건부터 다시 들여다본다.

장 위원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실에서 뉴시스와 만나 "2기에서는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가 충분한 사건을 중심으로 진실규명이 이뤄졌다"며 "3기에선 2기처럼 많은 사건을 조사 중지로 남긴 채 문을 닫지 않고 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지난달 상임위원(차관급)에 임명된 그는 3기에서 해외입양 사건을 담당하는 제3소위원장을 맡았다. 2기에서 4년간 비상임위원으로 해외입양 사건 심의에 참여했던 장 위원은 이번 조사의 핵심 원칙으로 '증거와 정황을 함께 보는 조사'를 제시했다.

법학자이기도 한 그는 최소한의 증거는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40~50년 전 사건에서 증거들이 완벽하게 보존되긴 어렵고, 증거 서류 확보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며 "형사재판 수준의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기보다 시대적 상황과 관련 정황을 함께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2기 조사의 한계는 결국 기록이었다. 정보 부족을 이유로 42건은 아예 진실규명 대상에서 제외되자 입양인 단체들은 "입양이 불법적으로 이뤄졌음을 입증하는 문서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기록 보존 책임은 국가와 입양기관에 있는데 피해자에게 불법 입양을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장 위원은 책상 한쪽에 놓여 있던 A4용지 뭉치를 건넸다. 지난달 24일 첫 출근한 뒤 해외입양 관련 논문 50여편을 직접 읽고 주요 쟁점을 추린 24쪽 분량의 글이었다. 이 자료를 조사관들과 공유하며 3기 조사 방향을 다듬고 있다고 했다.

◆"증거가 없다고 끝낼 순 없다…정황까지 함께 봐야"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부터 1999년까지 이어진 해외입양은 길게는 70여년 전의 일이다. 일부는 세월이 흐르며 기록이 사라졌지만, 상당수는 애초부터 입양기록이 허위로 작성되거나 존재하지 않아 그 자체가 진실규명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장 위원은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끝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증거 서류는 중요하지만 오래된 사건인 만큼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결국 시대적 상황과 전체적인 정황을 함께 살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행정 관행과 사회적 분위기까지 살펴야 사건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황 판단이 곧 신청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소한의 객관적 근거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위원은 최소한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3기에선 조사 방식도 한층 적극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2기가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진실규명 여부를 판단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3기에선 조사관이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서는 조사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장 위원은 "2기 해외입양 조사는 집단수용시설만큼 깊이 들어가진 못했다"며 "현지조사를 통해 어려운 사건을 해결한 사례는 거의 없었고, 결국 신청인이 제출한 서류가 잘 갖춰진 56건을 중심으로 진실규명이 이뤄졌다"고 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입양인과 참고인 조사는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하고, 현장 확인이 필요한 사건은 여러 건을 묶어 해외 현지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시민단체와의 협력도 고려 중이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도 적지 않다. 시행령 개정이 늦어지며 해외입양과 집단수용시설 사건을 담당하는 조사3국은 아직 조직을 꾸려가는 단계다. 조사관 충원도 오는 10월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3기의 목표를 묻자 장 위원은 망설임 없이 '조사 중지 사건을 최대한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건은 계속 늘어나는데 인력과 예산은 한정돼 있다"면서도 "적어도 신청된 사건만큼은 2기처럼 조사 중지로 남겨두지 않고, 끝까지 조사해 결론을 내는 것이 3기의 목표"라고 했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불법입양 사례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정말 능력 밖의 일'이라며 잘라 말했다.

그는 "공식 통계만 16만8000여명, 비공식 추산으로는 25만명에 이르는 해외입양인을 현재 진실화해위 인력으로 모두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신청이 없더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은 직권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의 절반은 기록 확보"…3기, 기록 접근권 개선 물꼬 틀까
장 위원은 3기 조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입양기관의 원본 기록 확보를 꼽았다.

홀트아동복지회와 동방사회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대한사회복지회 등 해외입양 알선기관이 보관한 원본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조사의 절반'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자료 제출을 강제할 권한이 없는 만큼 기관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3월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을 진실 규명하며 입양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과 입양인 가족 상봉 지원,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조속 비준 등을 권고했다.

3기에서는 이를 넘어 입양인의 기록 접근권 보장 등 보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 권고가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장 위원은 "원칙적으로는 당사자가 자신의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제 어떤 제도적 걸림돌이 있는지 조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eat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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