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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과 부산항의 무서운 연결고리, 판도라의 상자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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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과 부산항의 무서운 연결고리, 판도라의 상자일수도

지구본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북극점 주변은 거대한 바다다. 그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이 바로 북극의 해빙(海氷, sea ice)이다. 남극이 얼음으로 덮인 대륙이라면, 북극은 바다 자체가 얼어붙은 얼음 덮개다. 이 얼음이 녹으면 북극해는 다시 푸른 바다가 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해빙이 빠르게 녹으면서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바닷길을 뜻하며,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항로는 러시아 연안을 지나는 북동항로(NSR)이다. 북서항로와 극횡단항로는 결빙 상태와 인프라 부족, 영유권 등의 법적 문제로 인해 아직 운항이 어렵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4배, 최대 7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으며 해빙 면적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¹ 역설적인 점은 과거 실크로드나 대항해 시대의 바닷길이 인간의 노력과 기술로 개척됐다면, 이 새로운 길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해빙이 녹아내리며 기후위기가 열어준 길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북극항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북극항로는 새로운 기회이자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겨졌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그 산하에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신설했다. 이로써 부산·울산·경남 중심의 '동남권 해양수도권' 조성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2026년 하반기로 예정된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정부는 차세대 쇄빙선 및 극지 선박 건조 지원, 거점항만 조성 등 북극항로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 재정·금융 지원, 국제 협력까지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 체계가 갖춰질 전망이다.²

KMI는 북극항로가 단순한 지리적 단축 경로를 넘어 글로벌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의 전략적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극항로가 해운뿐 아니라 외교, 자원, 지정학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는 복합 의제인 만큼, 정부는 범부처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북극 기후 대응과 지속 가능한 해양 활용을 연계한 종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³

북극항로의 관문, 부산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부산항은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싱가포르에 이은 세계 2위 환적항(화물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항만)이다. 부산항은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환적 물류의 효율성과 정시성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선사들의 주요 환적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⁴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그 길의 출발점이자 아시아의 관문에 한국의 항만들이 위치하게 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극항로가 활성화될 경우 "동아시아 지역에서 북극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화물선이 마지막으로 기항하는 곳이 부산항이 된다"며 "아시아~미주뿐 아니라 아시아~유럽 노선 물류의 환적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⁵

전재수 부산시장은 자신의 저서 <전재수, 북극항로를 열다, 부산의 미래를 열다>(율리시즈, 2026)에서 북극항로 개척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북극항로 개척은 단순한 대체항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이 아시아-유럽-미주를 잇는 북극항로의 기·종점이 됨으로써,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해양수도권'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열쇠가 될 것입니다." (27쪽)

부산환경운동연합 박상현 사무처장은 북극항로를 둘러싼 기대감에 대해 다소 신중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에는 북극항로 활성화로 해양·해운 질서의 판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이에 따라 부산항의 환적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되고 부산이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는 큰 그림이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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