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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흥행의 서막? 나홍진의 '호프'가 남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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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흥행의 서막? 나홍진의 '호프'가 남긴 아쉬움

ONP 요약

영화 '호프'가 개봉한 지 사흘만에 관객 100만 명을 넘었어요. 이는 올해 개봉한 다른 영화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 기록을 달성한 것입니다.

지난 15일,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 <호프>를 관람했다. 개봉 첫날이라 극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들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어깨를 맞댄 채 서로의 숨소리까지 느껴질 만큼 빼곡한 객석에서 한국 영화를 보는 풍경은 낯설기까지 했다. 그만큼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이 정도의 압도적인 기대작이 드물었다는 방증이자, 나홍진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티켓 파워를 실감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상영이 끝난 뒤 객석에서는 탄성과 아쉬움이 동시에 흘러나왔고, 현장에서 이미 이 영화가 호불호가 크게 갈릴 작품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홍진 감독은 지금까지 단 세 편의 장편 영화만으로도 한국 영화사에 강렬한 족적을 남겼다. <추격자>는 한국형 범죄 스릴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고, <황해>는 날 것 그대로의 타격감과 지독한 리얼리즘의 정점을 보여줬다. <곡성>은 미스터리와 오컬트를 결합해 지금도 회자되는 한국 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흥행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온 그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면, 10년 만의 신작 <호프>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영화에서 공상과학(SF)은 늘 성공보다 실패의 기억이 더 많은 장르였다. 국가대표급 흥행 감독들조차 막대한 제작비와 기술적 한계를 넘지 못해 관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SF 장르라는 점, 그리고 칸국제영화제 첫 공개 당시 상영이 끝난 뒤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계 안팎에서는 "과연 나홍진이 만들면 SF도 다를까"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실제로도 <호프>는 개봉일에 무려 60만 장에 달하는 예매량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의 서막을 열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당일 오전 예매율은 68.1%로, 쟁쟁한 외화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59만 9천여 명이라는 예매 관객 수는 올해 개봉작 중 최고 기록이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여기에 영화의 제작비도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제작 단일 영화로는 최대 규모라는 사실은 개봉 전부터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관객의 기대감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왜 그를 캐스팅했는가

국내 정상급 배우들은 물론, 세계적인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의 가세는 한국 영화가 글로벌 마켓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누는 메인스트림으로 우뚝 섰음을 증명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의 차갑고 정교하지만 비정한 안드로이드 데이비드부터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젊은 매그니토까지, 선과 악의 경계에서 SF 장르 고유의 장점을 완벽하게 연기해 온 패스벤더였기에 그의 합류는 작품의 예술적 스펙트럼을 단숨에 확장할 필살기로 보였다.

특히 그가 출연료 대신 최소한의 거마비만을 받고 흥행에 따른 러닝 개런티 계약을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일담은, 나홍진이라는 감독의 작품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대변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가 막을 내리고 엔딩 크레디트와 쿠키 영상까지 모두 끝난 순간, 개인적으로는 적잖은 허탈감을 느꼈다. 패스벤더는 끝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완전히 구현된 외계인의 모습으로만 스크린에 등장한다. 물론 미지의 존재가 주는 생경함과 기괴함을 극대화하려는 감독의 연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극의 핵심 서사를 이끄는 외계인이라는 존재의 중요성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관객들이 기대했던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적 존재감을 거의 지워버린 선택은 아쉬움을 넘어 허탈함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그 역할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한들, "굳이 이럴 거라면 왜 그를 캐스팅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배우 특유의 섬세한 연기와 스크린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모두 가린 채 목소리와 모션 캡처의 도구로만 활용할 생각이었다면, 대체 왜 마이클 패스벤더여야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이 거창한 협업은 단순한 '이름값 낭비'로 전락한 듯 보였고, 이는 영화가 남긴 가장 큰 아쉬움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게 영화는 시작부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히 초반 황소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로 폐사하거나 신체 일부가 훼손된 채 발견되는 이른바 '가축 훼손' 장면은 해외에서 오래전부터 외계인이 표본 채취를 위해 벌인 일이라는 음모론의 단골 소재로 소비돼 왔다. 그런 익숙한 설정 때문인지 필자는 자연스럽게 영화 속 장면을 보며 최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디스클로저 데이>를 떠올렸고, 외계인의 존재를 추적하고 폭로하는 한국형 SF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러한 내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전히 다른 궤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끈질기게 유지하며 관객을 끌고 간다. 초반 긴 시간 동안 괴물의 실체를 철저히 감춘 채, 소리와 흔적, 그리고 치열한 총격전만으로 특유의 서스펜스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그러나 공들여 축적한 영화 속 긴장감은, 막상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급격히 힘을 잃고 만다.

개인적으로는 CG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베일을 벗은 괴물의 기괴한 비주얼이 꼭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을 떠올리게 해 몰입을 방해했다. 그간 쌓아 올린 공포의 밀도가 시각적 설득력 부족으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탓인지, 실제 객석 곳곳에서는 탄식 대신 허탈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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