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과 빵집의 맛있는 동거, '북카페'가 진화한다

두 달에 한 번 얼굴을 보는 소중한 모임이 있다. 예전에는 방학 때마다 여행도 다녔지만, 퇴직 이후 고고장구를 배우는 친구가 공연과 특강 등으로 바빠지면서 요즘은 맛집에서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대구에서 만난 작은 제주, 문을 열자 서점이?
오늘도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내가 집에 오는 날에 맞춰 점심 약속이 잡혔다. 모임의 주선자는 '리서치의 여왕'답게 새로 오픈한 전복 전문점을 찾아내 우리를 초대했다. 전복버터구이, 전복솥밥, 전복장까지 전복 풀코스로 든든하게 몸보신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바로 옆 베이커리 카페로 향했다. 대구 안에서 제주를 느끼는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벽면 전체를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검고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제주 방언 '곰보돌')으로 마감하고, 아기해녀 애월이와 돌하르방 하루빵, 야자수 등 제주 분위기가 물씬 풍겨 여행을 온 듯 설레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리둥절해졌다. 분명 빵 굽는 냄새가 나야 할 베이커리 카페인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수천 권의 책이 꽂힌 대형 서점 '영풍문고'였다. 당황해 두리번거리다 보니 서점 한편에 카페로 바로 연결되는 문이 보였다. 그 문을 넘어서자 고소한 버터 향과 함께 '애월빵공장' 매장이 펼쳐졌다. 서점과 빵집이 같은 공간을 사이좋게 나눠 쓰고 있었다.
그저께 본 예스24와 남산제빵소가 겹쳐 보인 이유
순간 그저께 대구 근대 골목투어를 홀로 걷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풍경이 뇌리를 스쳤다. 중구 남산동 '남산 100년 향수길' 인쇄골목에 자리한 '예스24 대구 반월당점'과 대형 베이커리 '남산제빵소' 역시 내부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반월당역 19번 출구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위치한 예스24 반월당점은 옛 양말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8만여 권의 중고 도서와 다양한 문화 상품을 선보인다. 이와 연결된 '남산제빵소' 역시 국수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도서관 콘셉트의 대형 카페다. 옛 산업 유산인 공장 건물을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두 곳이 이웃하며 이색적인 시너지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저께에 이어 오늘 방문한 영풍문고와 애월빵공장 역시 정확히 같은 상생 구조였다. 문득 머릿속에 질문이 떠올랐다. '요즘 이런 결합이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대세 트렌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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