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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관찰대상국 12년째 탈락…정부, 원화 국제화로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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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가 외국인이 해외 금융기관에 원화 계좌를 만들고 자유롭게 송금·결제할 수 있도록 원화 국제화에 나선 배경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가로막아 온 외환시장 접근성 문제가 있다.

한국 증시는 올해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오르지 못했다. 원화를 해외에서 실제로 주고받기 어렵고, 야간 외환시장의 유동성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다시 걸림돌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번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통해 외국인이 해외 현지 영업시간에 원화를 환전하고 계좌에 보관한 뒤 한국 주식·채권 투자나 무역대금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은 대부분 개방했지만, 외국인의 원화 거래에는 약 30년간 상당한 제한을 유지해 온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이다.

◆원화 국제화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반 마련

정부는 19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해외에서도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원화를 자유롭게 송금·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외국인이 해외 금융기관에 원화 계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예금·대출·송금과 주식·채권 투자자금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외국인 간 원화 자본거래의 사전신고를 면제하고, 한국은행에 해외 원화 거래를 24시간 처리하는 역외원화결제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외국인의 원화 접근성을 높여 국내 자본시장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조치다.

앞서 MSCI는 지난달 24일 공개한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 증시를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에 올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14년 MSCI 선진시장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이후 12년째 신흥시장 지위에 머물게 됐다.

MSCI 지수는 세계 증시를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 프론티어 시장으로 나눈다.

이 가운데 MSCI 선진국 지수는 글로벌 펀드가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는 대표 지수다.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자금은 약 16조5000억 달러, 한화로 약 2경458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선진국 지수의 추종 자금은 신흥국 지수보다 5~6배 크다.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국내 증시로 장기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먼저 승격 가능성을 검토하는 관찰대상국에 올라야 한다. 이후 글로벌 투자자 의견 수렴과 추가 평가를 거쳐 실제 지수 변경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은 올해 편입 논의의 출발점인 관찰대상국 등재 단계도 넘지 못했다.

◆MSCI "원화 역외 결제 어렵고 야간 유동성 부족"

MSCI가 한국 시장의 핵심 문제로 꼽은 것은 '원화의 역외 결제 제한'과 '야간 외환시장 유동성 부족'이었다.

원화를 해외에서 실제로 주고받을 수 없고, 연장된 외환거래 시간대에도 선진시장 수준으로 대규모 주문을 원활하게 처리할 만큼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 MSCI의 평가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해외에서 원화를 자유롭게 사고팔거나 계좌에 보관하기 어렵고, 야간에도 원하는 규모의 달러를 원화로 안정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재 역외 원화 거래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는 방식보다 환율 차이만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NDF는 계약 당시 환율과 만기 시점 환율의 차액만 달러로 주고받는 거래다. 환율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실제 원화를 확보해 한국 주식이나 국채 대금으로 바로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한국 주식이나 국채를 사고팔 때 거쳐야 하는 환전과 결제 과정이 선진시장 통화보다 복잡하고,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시간과 방식도 제한됐다는 것이 MSCI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뉴욕의 투자자가 다음 날 한국 국채를 사려 해도 현지 낮 시간에 원하는 환율로 원화를 확보해 계좌에 보관하기 어려웠다. 해외 은행에 원화 계좌가 없고, 원화를 실제로 보내고 결제할 별도 망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30년 만의 정책 전환

이번 로드맵은 외환위기 이후 약 30년간 이어진 외환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를 대부분 자유화했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데 직접적인 제한은 거의 없다.

반면 원화를 환전하고 해외에서 보유·결제하는 외환거래에는 자본거래 신고와 외국인의 원화 거래 제한 등 규제를 상당 부분 유지해 왔다.

자본시장은 열었지만 해당 자산을 거래하는 데 필요한 원화의 사용은 제한해 온 셈이다.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 규모가 세계 6~7위 수준으로 성장하고, 국채시장도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는 등 시장 여건이 성숙한 만큼 원화 국제화를 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과거에는 외환위기와 같은 부작용을 막는 데 정책의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원화 국제화의 편익을 최대한 누리는 방향으로 전환할 시점"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외환 규제를 다시 한 단계 낮추는 가장 큰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 때 원화 매도 몰리면 변동성 확대 가능 우려도

원화 국제화에 따른 위험도 있다. 평상시에는 외국인의 원화 보유와 거래가 늘어나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충격을 흡수하는 힘도 커질 수 있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외국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원화를 한꺼번에 달러로 바꾸려 할 수 있다. 이 경우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는 외환시장 24시간 운영 자체로 야간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NDF 시장이 24시간 운영되고 있어 새로 열린 현물환 시장의 얇은 거래만으로 환율이 크게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부로서는 외국인의 원화 접근성을 높여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을 키우면서도, 위기 때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을 막을 수 있는 대응 체계를 함께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은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감수하고 원화 국제화를 더 추진할 것이냐, MSCI 편입 이익은 늦어지더라도 관련 규제 완화를 천천히 할 것이냐의 딜레마"라며 "현재로서는 자본시장 활성화보다 외환시장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환율 변동성을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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