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현실, AI 시대의 떼어 놓을 수 없는 질문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당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바둑은 단순한 확률 게임이 아니라 기세와 수 싸움 등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고, '기풍'이라는 기사 고유의 개성도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AI가 이를 흉내 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이 대결 이후, 인간은 더 이상 AI를 이길 수 없게 되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이후 바둑계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대결 이후 '기풍'이라든지 '기세' 등의 바둑 용어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제 바둑계에서는 AI의 수를 공부하는 것이 정석이 되었다. AI가 제시하는 최선의 수를 익히지 않으면 승률이 떨어지고, AI의 선택에 가까운 수를 둬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바둑은 '예술'이자 '철학'이라 불렸다. 정상급 기사들이 고뇌 끝에 두는 수는 하나의 작품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또한 바둑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연구를 바탕으로 축적된 '장인'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알파고가 바둑계를 강타한 뒤 바둑의 위상은 급격히 변했다.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2025년 6월 출간)는 알파고 등장 이후 거대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바둑계를 밀착 취재하며,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AI에 대한 인식에 경각심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AI를 인간을 대신해 줄 편리한 '도구' 정도로 여긴다.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도 늘 '인간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낙관한다. 하지만 AI는 단순히 도구에 머물지 않고 인간이 가진 '인식'과 가치관 자체를 바꿔놓는다. 인간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AI가 파괴할 인식과 가치관이 지닌 파급력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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