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글까지 '검열'하는 학생... 10대가 믿는 '공정론'의 실체

시작은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이었다. 하필 5월 18일에 '탱크' 텀블러 할인 행사를 연 것을 두고, 계엄군 탱크가 진입했던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논란은 6·3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진보 진영은 불매운동으로, 보수 진영은 자유 침해 프레임으로 맞섰다. 기업의 저자세 사과로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불씨는 교실로 옮겨붙었다.
얼마 뒤 청룡기 야구대회에서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일고 학생들에게 '탱크데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조롱을 내뱉었다. 어른들의 진영 싸움 속을 떠돌던 혐오의 언어가 아이들의 입을 통해 그대로 흘러나온 것이다. 이 날카로운 언어들은 단순히 철없는 일탈이 아니다. 혐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10대의 일상 언어로 정착했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징후다.
혐오는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퀴어 동성애 교육 OUT'(관련기사: 6.3 지방선거 '퀴어 동성애 교육 OUT'? 34년 차 교장이 묻습니다, https://omn.kr/2iex6)과 같은 혐오 조장 문구를 내걸었을 때, 우리 사회가 이미 혐오를 정치적 도구로 소비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직업계고 교장(서울로봇고 교장)으로서 나는 학교 현장에서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더 정교하고 차가운 형태의 공격성을 목격한다. 겉보기에는 무관해 보이는 배재고의 조롱과 우리 학교 안의 크고 작은 갈등 사이에는 공통된 문법이 있다. 역사적 맥락과 인간적 서사를 걷어내고, 오직 눈앞의 '규칙'과 '공정'만을 절대적인 잣대로 들이대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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