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 표 받았는지..." 선관위와 민주당을 향한 본질적 질문

투표는 참정권의 전부인가. 최근 나란히 불거진 두 사건은 이 물음을 정면으로 제기한다. 하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것이다. 두 사안은 정치적 진영도, 문제의 결도 달라 보이지만, 유권자가 던진 표 이후의 과정을 다루는 방식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다.
조작된 투표율, 감춰진 득표율
먼저 선거관리위원회를 보자. 지난 7월 23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투표율 조작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선관위 실무자들이 투표율을 허위로 입력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이고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황이 포착되어 강제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겁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유권자가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기록하는 가장 기본적인 숫자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는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며 부정선거 음모론과 뒤섞였고, 그 과정에서 사적 검문과 시설 점거 같은 명백한 불법으로 번졌다. 시위의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 내걸었던 '참정권 침해'라는 문제의식마저 음모론으로 싸잡아 기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번 압수수색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투표용지가 실제로 부족했고 투표율이 조작됐을 정황까지 드러난 이상, 절차의 투명성에 대한 시민의 요구는 그 자체로 정당한 것이었다.
민주당의 경우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예비경선이 치러졌다. 다섯 명의 후보 중 두 명이 탈락했고, 결과가 발표된 23일 탈락자 중 한 명인 김보미 예비후보는 이렇게 적었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몇 표를 받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민주당은 당규에 따라 예비경선의 득표수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본경선 진출자 명단만 발표할 뿐, 누가 몇 표를 받아 오르고 떨어졌는지는 후보 본인에게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당이 내세우는 명분은 당내 갈등과 분열을 막고, 지지가 앞선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논리를 뒤집으면, 당원이 결과의 실체를 알면 다음 선택이 왜곡되니 실체를 감추겠다는 뜻이 된다. 대통령선거도, 국회의원선거도, 지방선거도, 작은 지방자치단체의 주민투표조차 득표수를 공개한다. 후보에게 제 득표수마저 알려주지 않는 선거를 과연 '당원주권'이라 부를 수 있는가.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투표는 던지는 시늉에 가깝다.
표를 던지는 순간만 호출되는 주권자
한쪽은 유권자가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담은 숫자를 조작한 정황으로, 다른 한쪽은 당원이 누구에게 표를 주었는지를 담은 숫자를 감추는 방식으로, 똑같이 투표 이후의 과정을 유권자의 손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둔다. 물론 두 사안의 무게가 같지는 않다. 하나는 형사 범죄의 정황이 드러난 수사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나름의 명분을 내건 정당 내부의 규칙이다. 층위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둘은 겹친다. 표를 던지게는 하되, 그 표가 어떻게 세어지고 어떻게 모였는지는 알 필요 없다는 것. 유권자를 주권자가 아니라, 투표하는 순간에만 잠깐 호출되는 존재로 대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흔히 품는 착각이 드러난다. 참정권이란 투표함에 표 한 장을 넣는 그 행위로 완성된다는 착각이다. 많은 이들이 선거일에 투표소에 다녀오는 것으로 시민의 몫을 다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표를 던지는 일은 참정권의 시작일 뿐이다. 내가 던진 표가 정직하게 집계되는지,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지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투표 행위 자체는 형식만 남은 껍데기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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