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지방분권 초석, 해사법원 성공 힘 모아야”
- 전문가 영입·인재 해외유학 등 절실- 시·지역 경제계 주도 기금조성 필요“부산 해사법원 설립은 단순히 법원 하나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서울에 집중된 사법 권한을 지역으로 나누고 부산의 법률 문화를 끌어올리는 사법 지방분권의 출발점입니다.”초대 부산해사법원설립추진위원장인 장준동(65) 변호사는 14일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 설립의 의미를 이처럼 설명했다.
2011년 부산지방변호사회장에 취임한 그는 해사전문법원 부산 설치를 공식 의제로 내걸고 해외 제도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이후 지역 법조계와 시민사회, 부산시가 운동을 이어간 끝에 15년 만에 설립이 현실화됐다.장 변호사가 해사법원 유치에 나선 출발점은 ‘사법의 서울 집중’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2000년대 중반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당시 법원행정처가 지방의 시설 부족과 법관·지역사회 유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지역 법조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상고법관이 지방에 4년 머무르는 것조차 어렵다는 발상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때부터 사법체계도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대법원에 사건이 몰려 충실한 상고심 심리가 어렵다는 점도 그가 사법 분권을 주장하는 이유다.
그는 “대법관 한 명이 연간 수천 건을 맡는 구조에서 모든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는 불가능하다”며 “고법 상고부를 설치하거나 대법관 수를 늘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해사법원을 부산에 둬야 한다는 구상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세계적 항만과 조선·해운 산업 기반을 갖춘 부산에 전문법원을 설치하면 사법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관련 산업과 법률서비스를 함께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장 변호사는 회장 재임 당시 한국해양대에 영국과 중국, 싱가포르의 해사법원 제도를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맡겼다.
그는 “중국은 주요 항만마다 해사법원을 두고 성장시켰는데 부산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며 “당시 보고서가 이후 운동의 디딤돌이 됐다”고 돌아봤다.다만 부산과 인천에 해사·국제상사법원이 함께 설치되는 구도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은 해사사건 수요와 항만·해운산업 기반에서 앞서지만, 인천은 수도권 대형 로펌과 국제상사 사건을 끌어올 여건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결정된 만큼 부산이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긴장감을 놓으면 인천이 국제상사 분야에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법원 조직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해사법과 판례에 정통한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젊은 판사와 변호사의 해외 유학을 지원하며, 지역 로스쿨이 해사법 교육을 특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부산시와 법원, 변호사회, 대학,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상설 협력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지역 차원의 기금 조성 방안도 제시했다.
해외 전문가 자문료와 전문인력 양성, 주요 판례 연구에 장기 투자하려면 부산시와 지역 경제계의 뒷받침이 필수라는 것이다.장 변호사는 “법원이 생겼다고 국제적 위상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판결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쌓여야 외국 기업도 부산을 분쟁 해결지로 선택한다”며 “10년, 20년 뒤 아시아 최고 수준의 법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계획을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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