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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송화강 아래 흐르는 뜨거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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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만주 벌판은 삭풍이 몰아치는 거친 땅으로, 겨울이 끝나지 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하얼빈은 청나라의 발상지이자 러시아와 일본의 야욕이 충돌했던 격전지였지만, 한 세기 전 나라를 잃고 유랑하던 조선인들이 척박한 땅을 일구며 독립의 꿈을 키웠던 터전이자 안중근 의사의 총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부활의 땅이기도 하다. 이번 기행은 현대 중국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제정 러시아가 세운 성소피아 성당과 유럽풍의 중앙대가는 화려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이질감이 느껴졌다. 화려한 '동방의 모스크바' 건설 과정 이면에는 철도 부설을 위해 이곳으로 흘러 들어온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의 땀과 눈물도 서려 있었을 것이다. 낯선 타국 땅에서 극한의 추위를 견디며 생존해야 했을 초기 정착민들의 막막함을 상상해 본다. 100여년 전 하얼빈이 동양과 서양, 청나라와 러시아의 문화를 융합하기에 충분했을까 하는 의문은, 중국 전통 가옥과 서양식 장식이 뒤섞인 바로크 거리를 걸으며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조선인들 또한 이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으리라.

하얼빈역에 자리한 안중근의사기념관은 1909년 10월 26일의 뜨거운 공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당시 하얼빈은 러시아, 일본, 중국의 세력이 교차하는 '정보의 바다'였다. 안중근 의사의 총탄은 단순히 민족적 차원의 복수를 넘어, 그의 글 <동양평화론>에서 알 수 있듯이 한·중·일이 대등하게 협력하여 서구 열강에 대응하자는 선구적인 제안이었다.

그가 꿈꿨던 '대등한 평화'는 갈등과 분열이 여전한 현대 동북아 정세 속에서 여전히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자 지침으로 다가온다. 그날의 총성은 만주와 조선 땅에 사는 우리의 동포와 서구 열강에게 보내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강력한 외침이었으며, 나라 잃은 울분을 토해내는 절규였음을 현장에서 온몸으로 느꼈다. 그 외침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와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다.

731부대 기념관에서는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 <마루타>의 현장을 직접 만났다. 731부대와 관련된 참혹한 역사와 희생자의 기록을 마주하니 침략 과정에서 일제가 보여준 광기가 섬뜩하고 처절하게 전해졌다. 희생자 중에는 이름 없는 조선인들도 수없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목격하며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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