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동안 외출 때마다 남을 위해 기도한다는 어르신
7월 첫째 주, 유독 습하고 더운 날이었다.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에어컨 바람보다 먼저 끈적한 공기가 훅 끼쳤다. 이런 날씨에 6070 어르신들과 '역량강화 글쓰기'라는 5주짜리 단기 수업을 맡았다. 거창한 이름값을 해낼 수 있을지 첫날 강의실 문을 열기 전까지도 자신이 없었다.
일단 시작은 자기소개였다. 단, 조건이 하나 있었다.
"하는 일, 나이, 사는 곳은 빼주세요. 한번도 안 해본 자기소개죠. 나만 드러나는 이야기 하나만 해주세요."
역할과 책임을 내려놓은 자기소개다. 나부터 시작했다.
"이 머리는 10년간 파마를 한 번도 안 한 머리입니다."
"하는 일, 나이, 사는 곳"을 뺀 자기소개
다들 눈이 동그래졌다. 촘촘한 웨이브 머리라 그렇다. 이렇게 소개하면 내 이름은 몰라도 특징은 확실히 기억한다고, 잊을 수 없는 자기소개 아니겠냐는 말에 다들 미소를 짓는다. 이 악성곱슬머리가 내 치트키가 됐다. 그 다음 한 어르신이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26년 동안 외출 전에 현관 앞 불상에서 오늘 만나는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강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어머" 하고 짧은 탄성을 냈고 옆자리 어르신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26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그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날 이후로 다들 그분을 '기도하는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자기소개 다음은 일본 최고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81칸 만다라트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이 선수를 최고로 만든 설계도예요'라고 했다. 다들 신기해 했지만 81칸을 채우기엔 5주라는 시간도, 우리의 목적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9칸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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