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AI도 전략자산…"소버린AI 전략 다시 짜야" 입법처의 조언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미국 정부가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까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한국의 'AI 주권(소버린 AI)' 전략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외산 AI 모델에만 의존하다가는 특정 모델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나라 전체의 경제와 국방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다.
◆美, AI 모델도 전략자산으로 묶었다…언제든 차단 가능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미국의 대표적 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를 출시 사흘 만에 차단했다. 외국 기관이 접근해 안전장치를 뚫는 이른바 '탈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비록 통제는 6월 말 해제됐지만, 고성능 AI 모델도 반도체처럼 정부가 마음대로 막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겼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글로벌 AI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고성능 AI 모델은 소수 글로벌 기업이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특정 모델의 접속이 중단되면 이를 즉시 대체하기 어렵다. 외산 AI가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상황에서는 충격이 개별 기업을 넘어 경제 전반은 물론 사회와 국방 등 국가 핵심 기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신 AI 모델의 초기 배포도 기업의 상업적 판단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워졌다고 봤다. 미국 정부가 도입 주체의 국적과 신뢰도, 국가 안보 영향을 고려해 접근권을 승인하면서 AI 모델 배포가 기업 간 거래를 넘어 정치·외교 사안으로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고성능 모델 출시 전 최대 30일간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하면서 기술뿐 아니라 정책·규제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껍데기만 국산은 가라"…진짜 주도권 쥐어야
보고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소버린AI 전략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버린AI의 본질은 모델과 인프라의 '원산지'가 아니라 AI 생태계를 스스로 운영하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주권적 통제력'에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국산 모델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고치고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소수 대기업 중심의 대형 독자 모델 개발 방식이 국가 전체의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우는 데 적절한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중심의 큰 모델만 키울 것이 아니라 가볍고 빠르게 일하는 분야별 '소형 전문 AI 모델'을 동시에 키우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선정 과정에서도 기술 점수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외산 모델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지 시장성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설계도가 공개된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우리 입맛에 맞게 개량해 쓰는 실용적 접근도 병행해야 한다고 봤다.,
◆ 힘 있는 핵심 소비국 도약…AI 보안·거버넌스 강화해야
AI 시장 측면에서는 우리나라를 글로벌 AI기업들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수요처로 키우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핵심 시장이 될수록 수출 통제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아지고 신규 모델의 우선 배포나 공동 검증 파트너로 참여할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AI 보안 취약점이나 사전 위험평가 결과를 보다 신속하게 공유 받을 수 있는 협력 기반도 확대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 전반의 AI 전환 속도를 높이고 조직 의사결정권자와 중간관리자의 인식과 조직 문화도 함께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AI 보안은 기존 정보보호 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국가 정책 영역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 차원의 AI 위험 평가 체계를 만들고, 우방국들과의 전략적 AI 외교와 보안 협력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델·시장·보안 정책이 여러 부처와 영역에 걸쳐 있는 만큼 국가 AI 거버넌스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민간 부위원장과 AI미래기획수석, 과학기술·AI 부총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복원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회 또한 AI 입법과 정책 역량을 높여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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