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지방 살리기 정책, 용두사미 안 되길
조금 과장을 하자면 요즘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 말이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해소’, ‘지역균형발전’이다.
하루가 멀다고 매체에 오르내린다.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 등에서도 이 사안을 심심찮게 거론한다.
매일매일을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처지에서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며 나 몰라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놓은 통계 수치를 보면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뚜렷한 대책이 없다면 지방이 수도권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부산으로 범위를 좁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례로 국가데이터처의 자료를 보면 2025년 부산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3708만 원으로 전국 평균(4948만 원)보다 25%나 낮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위에 머물렀다.
제조업 생산액과 부가가치는 각각 51조 원, 17조 원으로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고용 창출, 주택, 의료, 문화, 인구, 교육, 교통 등 다른 분야에서도 부산의 지표는 좋지 못하다.
수도권과의 차이가 좁혀지기는커녕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역이 회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는다.
부산의 경우에는 먼저 거론되는 것이 해양수도권 조성이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27일 부산 영도에서 열린 제31회 바다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바다를 통해 세계를 잇고, 평화의 길을 열고, 공동 번영의 터전을 만드는 진정한 해양 강국의 비전을 바로 이곳,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에서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3일 진주에서 진행된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 보고회’에서는 영남권에 ‘피지컬 AI(인공지능)·우주항공’ 분야 집중 육성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이 같은 흐름에 맞춰 각 부처도 비수도권을 살리려는 각종 대책을 수립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이 대통령에게 ‘도로·철도·공항 등 교통 기반시설 투자 방향, 지방 중심으로 설정’이라는 원칙을 보고했다.
부산 사안으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차질 없이 진행, 외항사 취항 확대로 김해공항을 외국인 관광객 유치 거점으로 육성 등을 포함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 태화강~북울산 광역철도와 양산도시철도 개통, 부산대교~동삼혁신도시 도로 착공, 함양~창녕 도로 개통 등 부울경 관련 계획도 제시했다.
산업통상부 역시 지역별로 맞춤형 발전 전략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정책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지난 22일에는 부산 등 권역별 지자체가 참석한 가운데 ‘성장엔진 육성 계획 실무협의회’를 열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전략’이 확실하게 뿌리내리게 하자는 취지다.
산업부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지자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아울러 구체적인 권역별 성장엔진이 마련되면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때는 지방에 투자하는 선도기업(앵커기업)의 위험 부담을 덜고자 각종 규제 특례를 시행한다.재정 지원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하반기 업무보고 때 권역별 핵심 성장엔진 확충과 교통·교육·문화 등 정주 여건 개선이 원활하게 될 수 있게 돕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5극 3특 전략의 성공을 위해 재정·금융·세제·규제·기술·인재·기반시설(인프라)을 아우르는 ‘7대 정책 수단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내 초광역특별계정 신설, 2027년 예산 편성부터 수도권과의 거리 및 지방 소멸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방 우대 원칙’ 적용으로 국고 지원 확대 등도 추진한다.지방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정부의 이런 시도는 마땅하다.
수도권에만 모든 것이 집중되면 진정한 의미의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계획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마냥 좋아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르기는 하지만 실행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모든 게 헛일이 될 수가 있어서다.
그동안 전임 정부가 했던 약속이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이 같은 우려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일련의 정책이 탁상행정,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지 않도록 지역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최적의 실행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규제 개선 등으로 기업이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한 기관의 여론조사를 보면 구직 청년들 10명 중 8명은 ‘만약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기꺼이 그곳에서 살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정부의 노력 여부에 따라 비수도권 회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 번 뱉은 말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뚝심 있는 정부를 기대한다.염창현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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