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노래와 연주... 전설의 쿠바 음악인을 다시 만나다
최신 대중음악 유행을 쫓아가는 게 힘들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예전에 즐겨 듣던 추억의 음악을 찾게 된다. 오랜만에 재회한 과거 애청곡들은 단지 음악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냥 노래 한 곡 틀었을 뿐인데 머릿속에선 지나온 인생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재생되는 신묘한 효과가 일어난다. 한 번 봇물 터지듯 감정의 파도가 밀려오면 그리운 이와 재회하듯 감회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악에 빠져든다. 세월과 기억이 선율에 농축된 것만 같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역시 그랬다. 멀리 이국에서 날아온 낯선 음악에 묘하게 끌리다가 어느새 흠뻑 빠진다. 대체 이런 음악을 만든 이들은 누굴까 궁금함을 풀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이것저것 찾아본다. '아프로-큐반 재즈'라는 장르가 생소하다. 일단 쿠바의 퓨전 재즈 음악인들이란 건 알겠다. 그런데 대부분 이름도 처음 듣는 그들 대다수 외모는 인생 황혼에 접어든 지 한참인 노인들이다. 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불쑥 튀어나온 걸까?
음악 프로듀서 닉 골드는 1995년, 아프리카+쿠바 합작 음반을 기획한다. 그는 실행 책임자로 월드뮤직에 관심이 깊은 세계적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를 초빙한다. 계획은 착착 진행되어 말리와 쿠바 음악인의 현지 스튜디오 녹음까지 잡았다. 하지만 불의의 사정으로 일정이 어그러지자 실무를 진행하던 후안 데 마르코스 곤잘레스는 방향을 선회한다. 쿠바 현지에서도 묻힌 음악인을 발굴하기로 한 것. 16명의 음악인이 1996년 3월, 단 6일간 녹음을 진행한다.
스튜디오 라이브로 녹음된 음반은 1997년 9월 발매되며 '신드롬'이라 불릴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거둔다. 세계적으로 800만 장이 넘게 팔리고, 이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전통 트로피컬 라틴 앨범을 수상한다. 공연 문의가 쇄도했고, 이들은 1998년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7월 뉴욕 카네기홀 공연으로 자신들의 솜씨를 온 세상에 공개한다. 이들이 선보인 쿠바 음악은 월드뮤직 역사상 보기 드문 화제의 중심에 선다.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던 라이 쿠더와 <파리, 텍사스>를 비롯 여러 작품을 함께 한 빔 벤더스 감독은 이 경이로운 사건을 카메라에 담기로 한다. 라이 쿠더의 쿠바 일정에 동행하고, 암스테르담과 카네기홀 공연 실황을 기록해 이 노익장들의 전모를 화면에 풀어낸다. 그들의 음악은 어떤 배경에서 조성되고, 왜 오랜 세월 세상에서 잊히게 되었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조명된 각각의 캐릭터는 다시 음악과 공연을 통해 하나의 물줄기로 합류한다.
너무나 짧았던 그들의 '봄날', 하지만 긴 여운
빔 벤더스가 촬영한 분량은 이듬해인 1999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다큐멘터리로 세상에 공개되며 이들의 성공에 화룡점정을 이룬다. 화면을 수놓은 노익장들의 드라마틱한 사연이 세계적 인기를 얻던 음악과 어우러진 영화 역시 호평을 얻으며 미국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로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합작 앨범은 단 1장에 불과했지만, 공연 실황이나 개인의 솔로 음반 역시 대부분 높은 평가를 얻으며 열풍은 한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촬영 당시 90살 고령이던 기타리스트 콤파이 세쿤도를 비롯, 주요 구성원 태반이 고령이던지라 황혼에 누린 인기를 뒤로 한 채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물론 생존자와 후배 세대 음악인이 모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이름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고, 처음 프로젝트 원안이던 아프리카 음악과 교류 및 쿠바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토속 음악 발굴이 진행된다. 월드뮤직 역사에 한 장을 차지할 만한 궤적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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