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가 아롱사태 만나면 이게 바로 여름의 맛

5월 중순 이후에는 봄인지 한여름인지 헷갈릴 정도로 더웠다. 그런데 지난주 몇 차례 비가 내린 뒤로는 다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작 봄인 5월에는 여름 같더니,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는 오히려 봄 날씨라니 참 요상한 계절이다.
계절을 준비하는 엄마의 부엌
날씨가 시원해지자 친정엄마가 곰탕을 끓이겠다고 나섰다. 여름에 기력이 떨어질 때 먹어야 한다며 우족과 꼬리뼈, 아롱사태를 한가득 사 오셨다. 더운데 무리라고, 정육점 가면 한 병에 만 원이면 살 수 있다고 만류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여름에 기력이 없을 때 먹어야지, 파는 건 잡뼈인지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잖아. 집에서 해야 우족도 다 녹아 나오고 진짜야."
먹을 사람 없다고 하얀 거짓말을 했지만 손녀가 어릴 때부터 곰탕을 끓여주면 당면과 함께 한 그릇 뚝딱 해치웠는데, 만들어두면 장마철 선선해질 때까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침부터 부엌은 바빠졌다.
엄마는 늘 계절을 준비하며 산다. 저번 주에는 양배추 물김치, 열무김치에 소금물로만 담근 전통 오이지, 식초·설탕·소금으로 절인 요즘 식 오이지, 간장 오이지까지 여름 준비로 몇 가지를 내리 만드시더니, 이번 주는 곰탕이다. 칠순을 맞이한 엄마의 음식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걸 실제로 해내는 에너지는 볼 때마다 새삼 놀랍다.
엄마가 나이 들며, 일 년에 두 번쯤 허리가 아파 꼼짝 없이 누워 계실 때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꼭 이맘때처럼 여름, 겨울 대비 김치와 곰탕을 만드신 직후다. 그럴 때마다 병원비 생각하면 사 먹는 게 훨씬 싸다며 자식으로서 화를 내봐도, 그때마다 엄마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친정 아빠가 속상하게 해서 그런다며 허리 병의 원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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