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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화재 "끄는게 아닌 꺼지길 기다려야"…진압 장기화, 왜?

뉴시스 속보

ONP 요약

인천의 큰 물류센터에서 며칠째 큰 불이 꺼지지 않고 있어요. 전국 소방관과 헬기 등을 모두 투입해 밤낮으로 불을 끄고 있지만, 센터 안에 배송 물품들(종이박스·플라스틱 등)이 너무 많고 건물 구조가 복잡해서 진화가 어려운데, 건물이 무너질 수 있으니 근처 주민들은 미리 대피했어요.

진보 성향:소방의 헌신적 대응 — 국가 차원의 총력 투자와 대원 안전 최우선 원칙으로 극한 상황에 대응하는 소방의 활동을 강조.

중도 성향:장기화한 진화 난항, 구조적 원인 분석 — 물류센터 내 가연성 물품 대량과 복잡한 건물 구조로 초기 목표를 초과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

보수 성향:배송 경쟁의 구조적 부작용 — 빠른 배송을 위한 대형화·과밀화 추세 속에서 물류센터의 화재 취약성이 산업 구조 차원의 문제임을 지적.

[서울=뉴시스] 신항섭 신유림 기자 =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화재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소방 전문가들은 가연물이 빼곡하게 적재된 물류창고 특유의 구조와 소방대의 현장 접근 불가가 맞물려 진화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쿠팡32물류센터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께 지상 8층, 연면적 29만9000㎡ 규모의 물류센터 6층에서 발생했다.

불길은 6층에서 시작해 외벽을 타고 7층까지 번졌고, 소방당국은 아직 화점이 있는 층 내부에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서해구는 붕괴 가능성을 우려해 인근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 왜 이렇게 안 꺼지나…"가연물량 대비 소방시설 능력 부족"

21일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을 했더라도 내부에서 나오는 열량이 워낙 많다 보니 가연물량 대비 소방시설의 진압 능력이 부족했을 수 있다"며 "물류창고에 대한 소방시설·안전 기준을 근본적으로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소방대의 현장 접근 자체가 막혀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8층 건물 6층에 불이 났는데, 물류창고 자체가 창문이 많지 않아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불을 끈다기보다는 꺼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보관된 물품 대부분이 가연물이고, 그중에서도 생활용품이 굉장히 많다 보니 화재가 순식간에 커진다"며 "박스와 비닐랩 등 포장재부터 유독가스를 뿜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구조보다 적치물이 문제"…스프링클러도 무용지물

채진 교수는 스프링클러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랙식 적재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랙식 선반에 대량의 적재물을 쌓아두는데 이게 대부분 가연물"이라며 "불이 나면 스프링클러가 터져도 물이 적재물 안쪽까지 침투하지 못해 화재 진압이 안 된다. 물건을 너무 높이 쌓으면 물이 화점까지 닿지 않기 때문에 적재 높이 제한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구역에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등으로 보완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이영주 교수도 "구조보다는 적치물과 적치 형태가 많은 게 제일 문제"라며 "적층형으로 선반을 만들어 물건을 계속 쌓다 보니 진열장처럼 빼곡한 상태가 됐고, 이게 불이 위쪽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 하더라도 화재가 확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곳이 물류창고"라며 "작동 여부는 진압 완료 후 '수신반' 이력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찬수 교수는 "물류창고 화재는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몇 분 만에도 크게 번질 수 있다"며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확산 저지 역할은 했겠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 재질 등에서는 심부화재 현상이 일어나 물을 뿌려 꺼진 것처럼 보여도 다시 불꽃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 붕괴 위험, 어디까지 우려되나

채진 교수는 붕괴 메커니즘에 대해 "구조물이 화재 열에 노출되면 취약해지는데, 특히 철골 구조는 열을 받으면 빠르게 휘어져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소방관이 순직한 서울 홍제동 화재도 벽돌조 건물이 급격한 열에 노출되면서 구조물이 약해져 붕괴된 사례"라며 "열에 취약해진 상태에서 진화를 위해 물을 계속 뿌리면 구조물의 인장력이 약해져 오히려 붕괴가 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교수는 "건물이 전면적으로 붕괴하는 상황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면서도 "화재가 계속되는 6·7층의 기둥·슬래브 등 주요 구조물이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약해지면서 부분적인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백찬수 교수는 "물류창고 구조 자체가 철골에 샌드위치 패널을 붙여 만드는 방식이라 붕괴에 취약하다"며 "철골이 수백도 열에 노출되면 흐물흐물해지면서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다 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해외와 다른 한국 기준…"성능위주설계 재점검해야"

해외처럼 가연물 위험도에 따라 소방설비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 교수는 이에 대해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하며 "한국도 대형건물에 화재 진압 능력을 시뮬레이션하는 '성능위주설계'를 하고 있지만 이 설계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처럼 가연물 양에 따라 위험등급을 나누고 그에 맞춰 소방시설 기준을 달리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는 "그 지적은 맞다"면서도 "2024년부터 창고에 대한 화재안전기준이 신설돼 일반 공간보다 물이 더 많이 나오는 스프링클러 헤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연물의 위험성이나 화재 양상까지 성능적으로 판단해 설비를 갖추는 외국의 '성능설계'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백찬수 교수는 더 구체적인 설비 개선을 제안했다.

그는 "스프링클러 헤드를 대구경 노즐로 바꾸고, 감열체가 빨리 반응하는 조기억제형 스프링클러를 적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롭지 않아 일반 스프링클러가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진압보다 확산 방지가 급선무"

지금 상태에서는 진화가 아닌 확산을 막는 한편 다 탈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채진 교수는 "솔직히 말하면 내부에 있는 가연물이 다 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불이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외벽면 일부를 뜯어내 그쪽으로 물을 주수하며 점차 안쪽 공간으로 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어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사실 적극적으로 끄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찬수 교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외부에서 포를 쏘면서 열을 식히고 있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원래 19일 오후 11시가 주불 진화 목표였는데 못 지켰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진화에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인명 안전이 최우선…소방관 진입 여건부터 갖춰야"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물류창고 화재 대책의 무게중심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재 자체를 초기에 완전히 진압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방관들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해 사실상 손을 놓고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 물류창고 화재마다 반복돼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주 교수는 "대형 물류창고는 사람이라도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화재를 빨리 인지해 대피할 수 있는 체계를 조금 더 확실하게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들이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적 요소도 필요하다"며 "소방관 전용 계단, 외벽면의 연기 배출구, 외벽을 통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비상 진입 경로 등을 건축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장비를 늘리기보다 기존 장비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찬수 교수는 초기 감지와 방수 능력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화재를 빨리 감지할 수 있도록 조기감지형 설비를 설치하고 감지 범위도 넓혀야 한다"며 "스프링클러 수원량을 늘려 방수 능력을 확보하는 등 초기 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자가 오작동으로 오인해 화재경보를 임의로 정지시키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며 "이런 안전불감증이 화재를 인재로 키우는 원인인 만큼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2021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5년 만에 발생한 쿠팡의 또 다른 대형 물류센터 화재다.

당시 화재는 완진까지 약 132시간이 걸렸으며, 조사 결과 최초 발화 이후 스프링클러 작동이 약 8분간 지연되고 화재경보가 여러 차례 해제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spicy@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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