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의 핵 발언, 한일 핵경쟁 불씨 되나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대신이 핵정책에 관한 중대 발언을 남겼다. 18일 자 <교도통신>에 따르면, 17일 인터넷 방송 '사쿠라이 요시코의 겐론(言論) 텔레비'에 출연한 그는 "일본으로서는 논의하기 곤란한 과제이지만, 다루지 않을 수 없는 한가지는 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가 핵 역량을 강화하고 핀란드가 핵무기 반입에 관한 제한을 완화한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일본도 모든 정책을 금기 없이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대담에 참여한 언론인인 사쿠라이 요시코는 "자민당의 안전보장조사회가 논의하려고 하지 않는 핵에 대해 제언해야 한다"라는 고이즈미의 발언을 <겐론 텔레비> 홈페이지에 별도로 적었다. 자민당의 기존 입장에 구애됨 없이 핵문제에 관한 새로운 틀을 만들고자 하는 일본 방위성의 의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방위성 홈페이지에 실린 작년 12월 19일 자 방위대신 기자회견에 따르면, 그날 고이즈미는 '핵을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겠다'라는 비핵 3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부득이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날 발언의 요지는 '긴급사태가 발생해 핵의 일시적 반입을 인정하지 않고는 일본의 안전을 지킬 수 없는 경우에는 정권이 명운을 걸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핵을 탑재한 미군 함정이 비상시에 일시적으로라도 일본에 들어오게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 발언은 비핵 3원칙을 흔드는 것이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지속적으로 운을 띄우고 있다. 지난 6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출석한 그는 극우정당이자 공동여당인 일본유신회의 마쓰자와 시게후미 의원이 비핵 3원칙의 개정 필요성을 거론하자 "모든 과제에 대해 확실히 논의의 장에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한미 NCG가 출범하자 바뀐 일본의 태도
2023년에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시스템하에서 한국은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공동기획을 할 수 있게 됐다. 2010년에 출범한 미일 확장억제대화(EDD) 시스템은 핵태세·핵정책 및 지역안보를 놓고 일본이 미국과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핵정책에 관여하는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공동기획)이 일본(협의)보다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일 EDD가 등장한 해에 한미는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를 출범시켰다. EDPC하에서 한국은 대북관계에 초점을 맞춘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논의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미일 EDD에 비하면 한국의 권한은 약한 편이었다. 2023년 NCG는 이것을 한국이 앞서 나가는 상황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일본 방위대신의 희망사항처럼 핵무기를 탑재한 미군 함정의 일시 기항이 허용되면 이야기가 또다시 달라질 수 있다. 핵정책을 놓고 일본과 미국의 연계가 한층 강화되는 현상이 출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쪽의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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