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완벽한 교육인데, 아이들이 없어서 멈췄다

이 뉴스, 어떠셨어요?
한 번의 탭으로 반응을 남겨요 · 로그인 불필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2학년 꼬마들에게 마을은 어떤 의미일까? 이 작은 아이들에게 끝없이 이어지는 골목들과 나를 향해 웃어주는 동네 어른들의 품은 가장 거대한 우주이자, 가장 거대한 놀이터다. 교실에 앉아 글자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의 냄새를 맡고 이웃 어른들의 온기를 느끼는 것만큼 완벽한 '사회화' 과정은 없다. 지난 2025년, 충북 괴산 청천초등학교의 1, 2학년 아이들은 교실 문을 활짝 열고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신들이 딛고 선 그 우주를 온몸으로 탐험했다.
하지만 해가 바뀐 2026년 현재, 우리는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교육과정이 '인구 소멸'이라는 서늘한 파도 앞에서 멈춰 선 씁쓸한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작은 학교의 가치를 되새기며, 불과 1년 전 청천초의 막내들이 마을의 품에서 얼마나 찬란하게 성장했는지 2025년 마을 교과의 발자취를 돌아보았다.
돼지 저금통 털어 시내버스 탄 1학년, 마을이 '멀티버스'가 되다
2025년 청천초 1학년 교실의 마을 교과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청천면의 대표 특산물인 '올갱이(다슬기)'와 '버섯', 그리고 '어린이'를 합쳐 자신들을 '청천 올버린'이라 이름 붙였다. 아이들은 작은 바구니를 들고 학교 근처 구룡천으로 나가 올갱이를 줍고, 버섯랜드와 매봉산을 오가며 숲의 생명력을 만끽했다.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멀티버스' 프로젝트였다. 늘 타던 안전한 노란색 학교 버스 대신, 자신들이 만든 저금통에서 꼬깃꼬깃 꺼낸 버스 요금을 쥐고 '마을 시내버스'에 오르는 위대한 모험이었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이웃 동네인 송면까지 향했다. 덜컹거리는 시골 버스에선 멀미를 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요금을 내고 창밖의 낯선 풍경을 바라보던 그날의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에 강렬한 자립심을 심어주었다. 동네 전체가 거대한 '멀티버스'이자 살아있는 놀이터였던 셈이다.
"우리 동네를 지켜주어 고맙습니다" 2학년이 만난 '슈퍼맨'들
한 살 더 먹은 2학년 아이들은 나의 생활 반경을 넘어, 마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확장했다. 주제는 '우리 동네 슈퍼맨'. 아이들은 치열한 회의를 거쳐 자신들의 영웅으로 소방관, 경찰관, 청천어린이집 원장님, 그리고 청천중학교 교장 선생님을 선정했다.
어른들을 만나기 위해 아이들은 치밀하게 준비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직접 인터뷰 질문지를 만들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카네이션과 감사 편지를 꾸미고 노래 선물까지 연습했다. 소방서에서는 구급차에 올라타 방화복을 입어보고, 지구대에서는 경찰 장비를 체험하며 아이들은 슈퍼맨들의 땀방울을 직접 확인했다.
이 만남의 결과는 놀라웠다. 꼬마 인터뷰어들은 이 만남을 통해 "직업은 단순히 이루어야 하는 꿈이 아니라 사회에서 서로를 돕는 소중한 역할"이라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깨우쳤다. 기꺼이 아이들을 환대해 준 동네 어른들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속에 청천이라는 마을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포근하고 안전한 터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