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경제적 자기결정권'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농어촌기본소득이 마침내 현실의 정책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26~2027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을 기존 10개 군에서 17개 군으로 확대했다. 추가로 선정된 7개 군의 주민에게는 실거주 확인을 거쳐 2026년 8월부터 1인당 월 15만 원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먼저 사업을 시작한 10개 군에서 인구와 신규 가맹점이 증가하는 등 지역 활력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러한 초기 변화가 기본소득의 독립적 효과인지, 장기간 지속될지는 앞으로 엄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정책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주민의 생활비를 조금 보충하는 정책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농어촌 주민이 자신의 지역경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나는 후자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국 농어촌의 위기는 흔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 낮은 소득과 생활서비스 부족으로 설명된다. 물론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농어촌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쇠퇴해 왔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농어촌은 지금도 식량과 원료를 생산한다. 물과 산림, 토지와 생태환경을 보전하며 도시와 산업에 에너지 입지와 국토의 기반을 제공한다. 농어촌이 생산하고 유지하는 것은 농산물만이 아니다. 국민경제와 도시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사회적·생태적 조건이다. 그런데 생산의 성과는 어디로 가는가. 농산물의 가격과 유통 조건은 누가 정하는가. 지역의 토지와 물, 에너지 입지를 어떻게 이용할지 누가 결정하는가. 생산 이후의 가공·물류·판매와 금융, 플랫폼, 연구개발에서 발생한 이익은 어느 지역에 축적되는가. 농어촌의 근본 문제는 생산하지 못한다는 데 있지 않다. 생산하지만 결정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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