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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결혼의 결과... 참담한 가족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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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결혼의 결과... 참담한 가족의 민낯

가족 내에서 낯선 시선이 오가는 모습을 접할 기회가 적지 않다. 가족의 일상을 즐겨 그린 영국 화가 조지 킬번(1839~1924)의 <가난한 친척>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다. 가운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람이 방문한 친척이다. 왼편으로는 이 집의 부인과 남편이 있다. 부인은 의자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턱에 손을 괸 채 말을 듣는다.

하지만 여인의 시선에는 거북함과 의심이 가득하다. 탁자에 두 팔을 짚고 있는 남편도 이 사람이 빨리 나갔으면 하는 눈치다. 어떤 상황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나이나 관계로 봐서는 부모의 형제, 즉 나이 든 삼촌으로 보인다. 어려운 부탁을 하러 찾아온 길이다. 집안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길 바라며 방문한 듯하다. 어떻게 핑계를 대어서 거절할까를 고심하는 남편과 부인의 표정이 역력하다.

가족 내에서 왜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가?

우리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게 접하는 불편함이다. 그런데 불편함의 대상이 대체로 가난하거나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는 친척이기 마련이다. 분명 가까운 친척임에도 갑자기 찾아오면 반가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왜 왔는지 의문을 품고, 어떤 부탁일지 경계한다. 마음이 날카로운 송곳처럼 서 있는 상태에서 만난다.

단지 친척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광경이 아니다. 매일 집이라는 공간 내에서 마주치며 살았던 직계 가족 관계 내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같은 부모를 둔 자식들이 독립하여 분가한 상황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어려운 형제자매가 찾아오면 무언가 부탁하러 왔다는 혐의를 두고 거절할 핑곗거리부터 찾는다.

심지어 아무런 조건 없는 사랑의 대명사로 불리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경계심과 불편함이 나타난다. 부모가 기대하는 역할을 자식이 제대로 못 하거나, 바라는 성장 궤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때 부모는 불만이 생기고 자식에게는 불신이 자라난다. 하다못해 자식의 사랑 감정을 둘러싸고도 경계와 불편함이 생긴다.

조지 킬번의 또 다른 작품 <용서>처럼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조차 부모와 자식 사이에 더없이 뾰족한 충돌의 계기가 된다. 가족 내에서 상당한 기간에 걸쳐 벌어진, 깊이 팬 감정의 골이 캔버스 안에 고스란히 담긴 느낌이다. 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다리에 매달리며 용서를 구하는 중이다. 식탁 저편으로는 어머니와 자매로 보이는 여인이 어쩔 줄 몰라하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이다.

주변을 보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간다. 먼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여인의 뒤로 작은 보따리가 눈에 들어온다. 집에서 한동안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럴듯한 가방이 아니라 대충 옷가지를 싸 들고 온 보자기다. 복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의 복장이나 집의 규모를 보면 귀족 집안이다. 그런데 용서를 비는 여인의 복장은 이에 비교해 초라한 편이다. 화려한 장식이란 찾아볼 수 없고 상당히 낡은 느낌이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결혼을 하고 결국 집을 떠났던 딸로 보인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 감정 하나를 따랐으니 집에서 쫓겨났으리라. 하지만 처음의 생각과 다르게 연인이었던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적으로 파산했던 듯하다. 게다가 여인이 두른 검은색 스카프를 고려할 때 남자가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다. 겪어보지 못한 가난을 견디다 결국 부모를 찾아와 다시 받아달라고 용서를 구하는 중일 것이다.

자식의 '사랑'과 같은 감정을 부모가 거부해 집안 가득 불편함이 감도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 그림처럼 부모가 자식과 가족으로서의 연을 끊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조건 없는 사랑이나 마음의 안식처와는 전혀 다른, 가족의 또 다른 얼굴이다. 특히 상속을 둘러싸고 불만이 생기면 극심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이어진다. 부부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적인 상황이나 성격 차이 등을 놓고 분란이 일어난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가족을 절대적 가치로 여긴다. 세상의 갈등을 피하고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줄 유일한 탈출구로 삼는다. 의미 있는 삶, 행복한 삶이라는 말을 가정과 거의 동의어로 연결한다. 조지 킬번의 그림은 다른 생각을 자극한다. 우리에게 꽤 잘 알려진 사상가 에리히 프롬이 <건전한 사회>에서 주장한 사랑과 소외 관계는 곱씹어 생각할 만하다.

"이른바 '사랑'이란 소외라는 우상숭배 현상의 일종이다. 이러한 형태의 복종적인 관계에서 사랑과 힘과 생각 모두를 쏟는다. (…) 온갖 풍요함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사하고, 자기 것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자기로부터 소외된다. (…)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지만 실은 자아와 분리된, 배후의 힘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프롬에 의하면 사랑이 우상숭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을 절대화하면서 자기 소외에 빠지기 때문이다. 사랑을 절대적인 대상으로 만들어놓고 관심을 집중하면서 독립적인 인격으로서의 자아를 잃는다. 절대화된 가족 가치에 다른 모든 가치를 종속시킨다. 풍요로운 사고와 선택이 사라지고 협소한 행위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자기 소외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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