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보 성향
백해무익한 감정의 해부
오마이뉴스
"증오는 가장 파괴적인 형태의 경멸이며, 그 무엇이든 짓밟는 혐오이다."(118쪽)
한 사람을 파괴하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한 집단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동네는 그리 관리가 잘 되는 곳은 아니다.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담벼락, 듬성듬성 방치된 쓰레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마주치는 모습은 거리 흡연이다.
누군가를 파괴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도 담배 연기가 얼굴에 닿을 때였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난들 어떻게 누군가를 해칠 수 있나. 그 생각은 길어야 몇 초, 냄새가 걷히며 함께 사라졌다. 대신 속으로 욕을 삼키고 걸음을 재촉했다. 사소한 불편함이, 한순간의 불쾌함이 어떻게 한 사람을 파괴하고 싶다는 충동으로 번질 수 있었을까.
오스트리아 출신 법정신의학자 라인하르트 할러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증오의 역습>(2024년 9월 출간)이라는 책에서 증오는 사소함에서 시작하며 생각과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란 증오는 "오로지 상대를 무릎 꿇리고 파괴하려고 달려들 뿐"(8쪽)이다.
할러가 오랜 시간 지켜본 증오는 백해무익하다. 책 띠지에 따르면 그는 약 40년 넘게 임상 경험을 쌓고 500건이 넘는 프로파일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법의학자로서 마주한 사례를 책 곳곳에 촘촘히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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