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통일교 해산…정교분리 '헌법침해' 판단 나온 한국 운명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정치권력과 특정 종교의 유착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법원이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한 사건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확정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통일교에 대한 법적 조치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법원, 헌법적 가치인 '정교분리 원칙' 침해 판단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의원직도 즉시 상실하게 됐다.
대법원은 권 의원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현금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의 정책과 행사 등을 지원해주면 교단 조직과 신도들의 표를 동원해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는 취지로 제안하며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앞서 2심은 통일교 측이 제공한 정치자금에 대해 "단순한 정치활동의 지원이라는 의미를 넘어 특정 종교단체가 향후 국가권력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공됐다"며 "정치권력과 종교가 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될 위험을 야기했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교분리 원칙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꼬집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즉 법원이 통일교의 정치권 청탁과 정치자금 제공을 '정교분리 원칙의 훼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日, 종교법인법 존재…국내는 '정당해산심판'만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통일교를 상대로 추가적인 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973년부터 약 50년 동안 반복된 고액 헌금 권유로 신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해 지난달 22일 통일교 해산 명령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령을 위반하고 현저히 공공복리를 해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 종교법인에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일본은 종교법인법에 따라 정부가 법원에 종교법인의 해산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종교법인법이 없다. 종교단체 자체를 해산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 국가가 단체를 해산시킨 대표 사례인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헌법 제8조 4항에 따른 '정당해산심판 제도'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상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종교단체 해산을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종교단체를 해산시킨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통합진보당은 헌법상 정당해산심판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종교단체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가능성 있지만 선례 없어
현실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수단은 통일교 산하 비영리법인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꼽힌다.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외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하고, 그 밖에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주무관청이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통일교 관련 비영리법인은 선교·교육사업과 교단 이념 구현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재단이 보유한 토지와 건물 등 재산을 관리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두고 있다.
따라서 정치자금 제공이나 정치권 로비가 해당 법인의 의사결정과 자금 집행에 따라 이뤄졌다면, 주무관청이 민법상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종교단체가 설립한 법인이 정치자금을 주거나 로비를 한 것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서 허가 취소 대상인지에 대한 선례가 전혀 없어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
대규모 '신자 피해' 발생한 일본과 위법 성격도 달라
법조계에서는 일본과 한국 사건의 위법행위 성격에도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일본은 종교활동 과정에서 장기간 반복된 고액 헌금 권유와 대규모 신자 피해가 해산의 직접적인 근거가 됐다. 반면 국내에서 현재 확인된 사안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정책 청탁으로, 통일교의 종교행위 자체에서 폭행이나 성범죄, 재산상 피해 등 조직적 불법행위가 반복됐다고 판단된 사건은 아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과 관련자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 종교단체 자체를 해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집단 변사 사건 등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종교단체에 대해서도 교단 자체를 해산하고 재산을 몰수한 사례는 찾기 어려워 현재 제도에서는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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