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 잠실야구장 vs. 월드컵경기장, 이렇게 달랐다

- [야구장 뒤에 남겨진 것들 ①] 고척돔 '다회용기 도입' 1년, 여전히 '일회용품 천국'인 이유
서울시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량을 위해 2024년 잠실야구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야구장 곳곳에 눈에 띄는 '서울색(핑크색)' 다회용기와 반납함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데이터는 참담한 수준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부터 전국 9개 야구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잠실야구장 내 전체 매장 75개 중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매장은 무려 74개(98.7%)에 달했다. 다회용기를 도입했다는 대외적 발표가 무색하게, '다회용기만 사용하는 매장'은 단 1개(1.33%)에 불과했다.
일회용품 범벅인 잠실야구장... 쓰레기통 속으로 사라지는 다회용기
현장의 혼란은 이보다 더 참혹했다.
잠실야구장 모니터링 시 발견된 다회용기는 규격이 단 한 가지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떡볶이나 국수류 정도만 겨우 다회용기에 담아 제공할 뿐, 야구장의 메인 메뉴이자 가장 수요가 높은 삼겹살, 물회 등은 일회용기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다. 심지어 다회용기 사용이 가능한 떡볶이 매장조차도 경기 중반부쯤이 되면 판매 편의성을 위해 이미 일회용기에 음식을 미리 담아 포장해 둔 채 판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실야구장에서 다회용기를 도입해 운영 중인 26개 매장을 분석한 결과, 컵(22개 매장)과 그릇(20개 매장)은 다회용으로 제공되고 있었으나, 다회용 숟가락과 젓가락을 제공하는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관중들은 다회용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기 위해 결국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포크를 뜯어야만 했다.
구장 내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구매할 때, 계약을 맺은 주류업체의 로고가 박힌 일회용 종이컵을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문제 역시 발견되었다. 편의점 단계에서부터 일회용품 원천 차단 노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잠실야구장에는 분리배출을 유도하기 위해 다회용기와 똑같은 핑크색 반납함을 곳곳에 비치해 두었다. 하지만 매장마다 일회용품과 다회용기를 혼용해 판매하다 보니, 관중들은 무엇을 반납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혼란을 겪는다. 결국 눈에 잘 띄는 핑크색 다회용기가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와 한데 뒤섞여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장면이 빈번하게 목격되었다.
100% 다회용기 쓰는 월드컵경기장... 결국 운영 주체들의 의지와 시스템 차이
반면,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위치한 서울월드컵경기장(FC 서울 축구장)은 체육시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완벽하게 일회용품을 퇴출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밖에는 약 20개의 푸드트럭이 늘어서 있고, 내부에는 편의점과 매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가장 놀라운 점은 경기장 바깥 푸드트럭 100%가 용기부터 수저까지 완벽하게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장 관람석 규모에 걸맞게 무려 4만 개의 다회용기를 상시 준비해 일회용품이 끼어들 틈을 원천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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