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전 8시 연꽃이 건네는 위로
![[사진] 오전 8시 연꽃이 건네는 위로](https://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6/0710/IE003645978_STD.jpg)
장맛비가 내리고 끈끈한 날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저마다 비와 더위를 피할 곳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장 무더운 계절에 오히려 맑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꽃이 있다. 진흙 속에서 올라와 한낮의 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꽃, 바로 연꽃이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계절, 연꽃을 사진에 담기 위해 10일 경기도 시흥의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를 찾았다.
연꽃은 빛을 반사하고, 연잎은 빛을 머금는다
매년 여름이면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다섯 번까지 연꽃을 찾아 사진을 담는다. 나뿐 아니라 사진기를 들고 꽃을 따라다니는 이들에게 여름은 단연 '연꽃의 계절'이다. 연꽃을 렌즈에 담을 때면 단순히 꽃의 모양만 보는 것이 아니라 꽃과 잎 사이에 담기는 빛의 농도까지 바라보게 된다.
물 가까이 핀 수련은 수면과 함께 반짝이고, 길게 꽃대를 세운 연꽃은 하늘을 배경으로 색을 드러낸다. 연꽃은 빛을 반사하고, 연잎은 빛을 머금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색과 그림자는 사진 속 여백을 완성한다. 연꽃 사진을 담는 즐거움은 빛과 그림자, 채움과 비움이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시선을 옮기는데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의 시작인 관곡지는 1986년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된 작은 연못으로 규모는 아담하지만, 550년이 넘는 시간을 품은 곳이다. 이곳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였던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연꽃 씨앗 '전당홍'을 처음 심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연꽃은 세월을 건너 한 도시의 문화가 되었다. 오늘날 시흥시의 연성동과 연성초, 연성중학교, 지역의 대표 향토축제인 '연성문화제'라는 이름에도 연꽃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시흥시는 이러한 역사성과 상징성을 기리기 위해 관곡지 주변 약 19.3ha 규모의 논에 대규모 연꽃단지를 조성했다. 이곳이 오늘날의 시흥 연꽃테마파크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따라 여름이면 전국에서 시민과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아침 8시, 연꽃테마파크에 도착하니 아직 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연꽃과 마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가장 화려하게 핀 연꽃 앞에서 카메라를 든다.
하지만 나는 절정의 순간만을 사진에 담지 않는다. 이제 막 흙탕물을 뚫고 올라온 봉오리도, 제 역할을 다하고 꽃잎을 떨구는 연꽃도 같은 마음으로 기록한다. 피어나는 꽃에는 시작의 설렘이 있고, 지는 꽃에는 시간을 채워낸 흔적이 있다. 프레임 안에서 그 모든 순간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두 풍경을 함께 바라보다 문득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전성기만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 여기지만, 시작하는 시간도 저무는 시간도 모두 인생을 이루는 여정이다. 연꽃은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을 통해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꽃은 오래 바라볼수록 꽃보다 삶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지만 제 색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맑은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겹쳐 보인다.
특히 연잎 위에 맺힌 물방울은 오래도록 시선을 붙잡는다. 투명한 물방울은 연잎 위를 맴돌며 조금씩 몸집을 키우지만, 연잎은 결코 욕심내지 않는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품다가 무게를 넘어서면 미련 없이 또르르 흘려보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요즘 무엇을 오래 붙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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