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장에 울려 퍼진 다섯 글자..."3초 후 종료"

9일 아침, 충남 서산시 음암면 우시장.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소경매장은 이미 분주했다. 축축한 바닥 위로 트럭이 들어오고, 송아지들이 한 마리씩 내려졌다. 낯선 장소에 온 송아지들은 번호표를 단 채 줄지어 묶였다. 여기저기서 "음매" 하는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처음 본 풍경은 예상과 달랐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흥정 소리가 오가는 재래시장 같은 장면을 떠올렸지만, 경매장 안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그때 장내 안내 음성이 울렸다.
"3초 후 응찰 종료하겠습니다."
잠깐 눈을 떼면 한 마리의 가격이 정해져 있었다. 누가 손을 들고 큰 소리로 값을 부르는 경매가 아니었다. 전광판에 경매번호와 최저가, 특이사항이 올라가고, 단말기와 스마트폰을 통해 응찰이 이뤄졌다. 낡은 우시장 풍경과 전자경매 시스템이 한 공간에 겹쳐 있었다.
새벽 2~3시부터 시작되는 경매장의 하루
경매장의 하루는 오전 9시에 시작되지 않았다. 농가에서 송아지를 싣고 오는 사람들은 새벽 2~3시에 움직이기도 한다. 여러 농가를 돌며 송아지를 싣고, 경매장에 도착하면 다시 내리고 묶는다. 오전 7시 무렵부터 현장 정리가 이어지고, 8시가 지나면 보조원들이 소 상태를 살피기 시작한다.
한 마리의 송아지가 전광판에 오르기까지도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경매 보조원들은 외모와 건강 상태, 다리 이상, 피부병 여부 등을 확인하고 특이사항을 기록했다. 한 송아지 귀에는 '버즘'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버즘이 뭐냐"고 묻자 관계자는 "곰팡이성 피부질환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송아지 한 마리도 그냥 번호로만 올라가지 않았다. 몸 상태와 하자 여부가 가격에 반영됐다.
"사람이 적어 보여도 거래는 이뤄집니다"
"오늘 사람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서산태안축협 관계자 장경훈씨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를 생선시장처럼 생각하면 안 돼요. 한 사람이 20마리도, 100마리도 사갈 수 있는 시장이에요. 사람이 많이 안 보여도 거래는 이뤄집니다."
이곳은 서산·태안 지역 농가에서 나온 송아지가 전국의 축산 농가와 상인을 만나는 전자경매장이다. 소를 사려는 사람들은 현장에 오기 전부터 스마트폰과 전산시스템으로 출하 정보를 확인한다. 어느 농가에서 나온 소인지, 혈통은 어떤지, 친자 확인은 됐는지, 브루셀라 등 방역 관련 정보는 어떤지. 장씨는 "육안으로만 소를 보는 게 아니다. 혈통과 친자 확인 여부, DNA 정보와 이력까지 확인하고 경매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전국 가축시장 운영현황 및 개장일'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전국 곳곳의 가축시장이 지역별로 표시돼 있었다. 장씨는 "지자체마다 가축시장이 있어야 그 지역 농가가 참여할 수 있다"며 "질병 때문에 이동 제한이 걸리면 해당 지역 시장은 문을 닫아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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