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을 앞두고 알게 된 '오래 좋아하는 마음'의 힘
사람은 언제부터 좋아하는 것보다 해야 하는 일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게 될까.
쉰을 지나고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젊은 날에는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을 향해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하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책임이 앞서고, 해야 할 일이 우선이 된다. 가족을 위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잊고 살아갈 때가 있다.
김민철 작가의 <무정형의 삶> (2024년 7월 출간)은 그런 나에게 오래된 질문 하나를 건넨 책이다.
마음껏 좋아하는 것
김민철 작가는 20년간 광고 회사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만들어온 카피라이터 출신 에세이스트다.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그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도시 파리로 떠났다. 그리고 두 달 동안 그곳에 머물며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냈다.
그의 글에는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순간을 오래 바라보는 힘이 있다. 익숙한 하루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마음을 움직인 장면을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한다. <무정형의 삶>은 좋아하는 도시 파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의 감각을 다시 찾아가는 작가의 기록이자,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담긴 책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일정한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파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기록이지만 단순한 여행 에세이에 머물지 않는다. 유명한 장소를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한 사람이 한 도시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파리의 골목과 오래된 빵집, 카페와 거리 풍경 속에서 작가는 '내가 원하는 모양의 삶'을 천천히 빚어간다.
작가는 파리에서 보내는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바라본다. 오래된 빵집에 들르고, 천천히 거리를 걷고, 우연히 마주친 풍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남들이 지나칠 수 있는 순간에 마음을 기울이고, 그 시간을 기록한다. 그렇게 쌓인 평범한 순간들이 한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는 많은 작품을 빠르게 감상하는 것보다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과 마주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림을 정해진 해석이나 정답으로 이해하려 하기보다, 작품이 자신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지 천천히 살펴본다.
이러한 태도는 마티스 전시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더욱 깊게 느껴졌다. 저자는 "그림 속 세계에는 옳고 그름이 없었다. 다만 화가의 선택이 필연이 될 뿐이다"(133쪽) 라고 말한다. 이는 예술이 정해진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자신의 세계 안에서 발견한 의미를 표현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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